• 2019. 8. 11.

    by. Conpresent

    Illiopolis - Peoria

    1. 오늘은 시카고로 가는 길이 아닌, 약간은 서쪽으로 이동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거리가 더 늘어나게 됐지만, 묵을 숙소가 어떻게해도 잡히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일리오폴리스에서 시카고까지 웜샤워를 찾아야 하는데, 다들 여름휴가 시즌이다보니, 집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가거나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한인분들께 이 구간에 혹시 묵을 곳이 있는지를 여쭤보게 되었고, 양인목사님을 통해 피오리아에 계시는 장로님을 알게 되었다.

    2. 피오리아로 가는 것이 약간은 죄송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면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불쑥 다른 사람을 통해서 집에 하루 머물겠다고 찾아오면 그것보다 또 더 큰 민폐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연락을 드린 것이 아니라, 한 삼일 전부터 연락을 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장로님을 뵈러가는 내 마음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았다.

     

     

    3. 미국의 작은 마을 마을들을 다니다가 보면, 저렇게 귀여운 사인들을 보게된다. 마을마다 뭔가 그 마을만의 특색이 있도록 마을을 꾸미고,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지났던 마을인 Morton은 호박마을 이었다. 자칭 미국의 호박 생산의 중심! 뭔가 호박하면 떠오르는 것은 신데렐라, 혹은 이와 비슷하게 동화 속에서 나오는 마법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아마도 할로윈 때가 이곳이 정말 핫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4.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오늘도 라이딩을 하는 동네 주민을 한명 만날 수 있었다. 근처 동네에 있는 교회에서 행정간사로 일을 하는 친구였는데, 역시나 짐을 한가득 싣고 달리는 누리가 흥미로워서 우리에게 말을 걸으며 찾아왔다. 짧게 얘기를 나누고, 서로 갈길을 갔지만, 함께 라이딩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반갑고 새로웠다.

    앞으로 시카고에서 부터는 우리와 계속 연락을 하던 토니와 함께 라이딩을 함께 한다. 이제 3명이서 라이딩을 할텐데, 세명이서 하는 라이딩은 어떠할지, 기대가 되었다. 우리 둘만 할 때는 때로는 조용하고, 서로 달리기만 하다보니 혼자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두명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뭔가 절로 생기가 돋는다. 바람을 맞으며, 바퀴가 체인과 함께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다시 깨운다.

     

    완벽한 진수성찬

    5. 긴 하루를 마치고, 드디어 장로님 댁에 도착했다. 장로님 댁에서는 오늘 셀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장로님 가족을 포함한 세 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교제를 하는데, 우리도 함께 그 자리에 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이 모이다보니 장로님 부부께서는 많은 양의 식사를 준비하셨다. 오랜만에 보는 이 한식들에 우리의 눈은 정말 즐거웠고, 코와 입이 즐거웠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 봐도, 음식들 하나하나의 맛과 그 식감이 어떠했는지, 향이 어떠했는지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경험은 결코 눈으로 본 것 만으로 남지 않는다, 그 때의 향, 공기가 나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사진 하나, 영상 하나에서 그것들이 모조리 다 느껴진다.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이 중에는 최근에 한국에서 오신 부부도 계셨는데,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다. 하지만, 이 곳에서 좋은 공동체와 함께 분명 잘 정착하시고, 잘 지내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만남은 언제나 감사하다. 내가 계획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따분하게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이 여정은 그렇게 따분하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나의 예상을 꺠는 날들의 연속이었으며, 성장하는 날들이었다. 우리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던 분들께 감사한 하루다. 

    나는 갑작스러운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다. 항상 준비되어있어야 했고, 내 손바닥 안에서 내가 다 꿰뚫어보고 있어야 내 마음이 편하고, 내 계획대로 흘러가면서 결과도 예상했던대로 나오길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나의 기준(한계)에 가둬놓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하여 나는 갑작스러운 것에 대해 긍정적이게 바뀌게 된 것 같다. 결코 이것이 안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 손바닥 안에서 있는 것은 결국 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를 깨기 위해서는,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언제나 손바닥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됐을 때,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던 결과를 얻을 것이고, 이것이 나의 시야를 넓힐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