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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있다.
새해 처음 들은 플레이리스트대로 한 해를 보낸다고,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2019년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Jack Garratt의 'Surprise Yourself'였다.
Speak and open up your mind
It's something you should do all the time
Keep exploring seek and find
You know you might surprise yourself
Talk without a taint or hold
The doubts that should embrace your heart
The calm and chaos of your soul
You know you might surprise yourselfTake a pen and write this down
Draw something that can't be found
And learn to walk again somehow
You know you might surprise yourselfLover, if you only knew
The times that train has fooled me too
And tears me from a place I know
It helps me to surprise myself
You know you can suprise youself
So let go and surprise yourself이 플레이 리스트가 주는 동기부여를 가지고 한 해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제목을 조금 바꾸어 'Surprise Myself'로 정했다.
그 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횡단을 다녀왔으며 이어서 코이카 해외사무소 인턴을 준비할 때였다.
인턴이 떨어지면 어떻게 뭘 해야할지 가슴 졸이며 한편으로는 불안했고, 그렇게 미리 자소서를 써본다는 명목으로 코이카 공채를 호기롭게 지원도 했다. (물론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그때는 참 힘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그 덕에 내가 지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고, 2019년 한 해를 또 나를 놀랍게 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었다.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을 맞이하면서 한해를 되돌아본다.
지난 한해, 나는 'Surprise Myself' 했는가?
생각해보면 참 다양한 면에서 나를 놀랍게 했다.
첫째, 코이카 인턴 합격과 나름(?) 성공적인 인턴생활
나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불안 가운데서 당당히 붙었고, 먼 국가가 아닌 가까운 동남아로 파견되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처음 공항으로 떠날 때의 긴장되고 두렵던 마음은 너무나 생생하다. 그게 왜 그리도 떨렸는지, 너무나 큰 부담감을 나 자신이 아직은 감당하기엔 부족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괜한 부담을 느껴 걱정했었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경험이 없었다면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둘째, 혼자서 채우지 못하는 내 신앙수준
해외 인턴으로 파견되면서 한 가지 다짐했던 것이 있다면 '내가 교회를 떠나서도 홀로 일상에서 개인의 영성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시험해보자'는 것이었다.
해외에서 제대로 된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러한 마음가짐에 일조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좋은 교회와 공동체를 만나서 청년들과 교제하며 많은 도전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노력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점차 지쳐갔던 것 같다. 돌아갈 때쯤이 돼서는 더 그랬던 것 같다.
뭔가, 내 안의 것을 다 소진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평소, 외국을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나가고 싶어 하던 나였기에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 내가 이상했다. 나의 이런 모습에 정말 놀랬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마 한 달 정도는 그런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내 신앙과 삶의 수준이 완전 다 소진되어 바닥이 늘어난 상태. 게다가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영적으로 육적으로 모든 것이 소진된 듯했다.
다시 교회에 돌아가고, 한 달 정도가 지나니 활기가 돋는 것 같았다. 주변분들도 예전보다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는 얘기들을 해주셨다.
나는 신앙생활이 교회에만 매여있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사실 교회는 무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성도 개개인이 교회기 때문에, 건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번엔 왜 내 마음이 그랬는지 모르겠다. 분명 캄보디아에서도 교회 공동체가 좋았는데, 설교도 나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실천적인 것을 강조하며, '읽쓰묵암실'(말씀을 읽고, 쓰고, 묵상하고, 암송하고, 실천하자)을 통해 나름 말씀을 좀 더 보려고 했는데, 내 마음의 상태는 더 메말라갔었다.
셋째, 혼자서는 못 사는 사람
나는 집을 빨리 나와서 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와 집의 거리가 차로 5분 정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숙사를 들어가서 3년 내내 살았고, 대학생 때는 1학년 때 기숙사, 2학년 때부터는 자취를 했고, 군대는 카투사로 복무해서 2인 1실을 사용하며 자취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지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미국을 다녀오며 매일 새로운 곳에서 잠을 잤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서울 친척집에서 신세를 좀 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 밖으로 나온 나는 10년 정도를 밖에서 지냈기에 독립심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항상 나는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 나 혼자 산적이 없었다. 자취도 항상 친구들과 함께 했었기에 2-3명이서 함께 살았고, 친구들도 가끔씩 재우고 그랬기에 나 홀로 지낸 적은 없다.
이번에 캄보디아로 갔을 때는 정말 나 혼자 지냈다. 나름 넓은 방에서, 넓은 침대에서, 큰 냉장고와 식탁과 소파에서 홀로 지냈다.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일은 없었다. 유일하게 사람을 만나는 곳은 아파트 헬스장이었다. 그래도 헬스장을 나와서 집으로 들어오면 언제나 나 혼자였다. 혼자 저녁을 먹고, 넷플릭스도 보기도 했지만 입을 열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전화통화도 그랬다.
어느 순간, 집에만 오면 자동적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켜는 게 일상이 되고, 밖에서 공사하고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음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나 홀로 있는 상황들에 나는 점차 더 외로워져 갔다.
교회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사는 곳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모여 지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자주 만나진 못했다. 만약 가까이서 지내서 저녁이라도 함께 해 먹거나 그랬다면 마음이 조금은 더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모임을 갖는 것을 보기만 하고 나는 참여하지 못하면서 가까우면서도 조금은 거리가 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자 정말 행복을 넘어선 감격이었다.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 말을 하는 것보단 많이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많이 듣질 못했다. 평소 내게 좋은 영향력을 줬던 사람들이 없었다. 아마, 그렇게 나는 나를 만들어낸 모습들을 하나, 둘 벗겨갔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의 모습만을 보게 됐던 것 같다.
지금 나는 한국에서 다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 교회를 가고 있다. 점차 예전의 나로 다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다시 하나씩, 회복시켜나가는 중이다. 안 좋게 얘기하면 나를 좋은 포장지로 치장하는 것이겠지만,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분명한 나의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갈수록 나약해졌다. 미성숙한 모습을 이제는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을 맞으며 나는 한번 더 플레이리스트를 새롭게 정했다.
Samm:
Damn I ain’t been sleeping for weeks
Searching for my independence manifested in weed
My old man, see he invested in me
Another penny in the well though
Oh well so Oh brother, you don’t need what I need
The thing you take for granted
That’s the blessing in me
You don’t see what I see I run to work, run a marathon
And in the end I still come second me
But it ain’t too high to touch and it ain’t that deep to fall
See, faith won’t pay the bills but doubt won’t save us all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SHE ALRIGHT, H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Wretch 32:
My grandad used to say it could’ve gone all left but we alright
Oh I could have really fell
I could have been in prison, could have been in hell
I could have been in heaven, I could have been on bail
I’m from Tottenham so I could have been Adele, Nah,
I couldn’t be a girl I had a pastor but he couldn’t really help
My papa didn’t preach and my mama couldn’t tell
I had my back on the wall in my Vans off the wall
MJ Off The Wall, on the wall, show me I am possible
On the ball, I move Messi but I’m tidy
I had to clean up the grime scene
We were bumping the underground, now the fee’s over-pricey
To the bank, LOL, never take a L, this ain’t Dave Chapelle
Cheese, baby bell, for my baby girl, it’s my baby’s world
If you win like you knew you won, you won’t come second to anyone,
They say the sky’s the limit but I’ve got her here with usSamm:
But it ain’t too high to touch and it ain’t that deep to fall
See, faith won’t pay the bills but doubt won’t save us all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 SHE ALRIGHT, HE ALRIGHT, WE ALRIGHT
WE ALRIGHT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며 나를 놀라게 했던 한 해를 보내며,
올 한 해는 다양한 삶의 모습에서 더 나아진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 '괜찮다'라는 말을 많이 하고 싶다. 남들이 가진 것에 부러워하지 않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지도 않으며, 목표는 나에게만 집중되도록 그래도, 괜찮다. 나는 더 나아질 것이다.
'We Al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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