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7. 9.

    by. Conpresent

    Columbia - Hermann

    1. 오늘은 허먼이라는 작은 동네까지 간다. 거리는 90Km로 그렇게 멀진 않다. 평소 달리던 것에 비하면 2/3 정도 거리인 셈이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여기서는 세인트루이스까지 계속 케이티 트레일을 따라서 달리기 때문에 고도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만 길이 완전 포장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기에 혹시나 펑크가 날까 노심초사하며 달려야 했다. 그래도 바퀴를 터뜨릴만한 뾰족한 것들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 달리는 것도 정말 무탈하게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이티 트레일을 가다 보면 이렇게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있다. 간이식 화장실도 있고, 버스 정류장 같이 앉아서 햇빛을 피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체감상 한 10마일 정도마다 하나씩 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10마일 정도마다 자전거 길을 벗어나서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즉, 자전거길 중간에서는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면에서 평소보다 좀 힘든 점이 있었다. 바로 지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했다는 것인데,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그랬다. 왜냐하면, 자전거길 주변에 식당은 고사하고, 인가도 찾기 어려웠기에, 밥을 어디서 먹어야 할지, 그리고, 어디서 다른 길로 빠져나가야 할지 계속 지켜봐야 했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발은 계속 구르면서, 손과 눈은 거의 휴대폰을 쳐다보면서, 근방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2. 그리고 마침내! 자전거 길 주변에 있는 로컬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점심시간과 딱 맞춰 우리는 식당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펍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왜냐하면 식당 내에 놓인 포켓볼 대 와 벽에 걸린 다트 판을 통해 그걸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떤 것을 먹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슬러피 조가 보이길래 그것을 골랐다. 

    내가 미군부대에서 군생활할 때, MRE 메뉴 중에 슬러피 조는 제일 괜찮았었다. 그리고, DFAC에서도 가끔 슬러피 조가 나올 때 나는 챙겨 먹었다. 부대에서 먹던 것은 좀 많이 달았지만, 그래도 햄버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슬러피 조는 특식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오늘은 점심으로 내게 특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히 슬러피 조를 선택했고, 위와 같은 메뉴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군 부대에서 먹을 때는 뭔가 다진 고기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Pulled Pork 같은 느낌으로 나왔다. 뭐, 어찌 됐건 맛있었다! 식당의 에어컨을 쐐면서 더위로 한층 열 받은 몸을 좀 식히고, 그리고 배도 채웠다. 

    3. 이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에 손님으로 오신 분과 조금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그 생각이 났다. 한분이 우리 자전거에 놓인 태극기를 보면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자신이 한국에서 군생활을 했었다면서,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우리에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막 6.25 전쟁에 대한 얘기들과 맥아더 장군 얘기 등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지식에 대해 놀랬고, 우리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알리면서 달린다고 말했다. 이 또한 한국의 역사의 한 부분이며, 이 또한 함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그에게 전했다. 

    외국에 나와서 한국어를 들으면 괜히 반갑고, 한국인을 만나면 더 반갑지만, 한국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아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그보다 더 반가운 것 같다. 

     


     

    4. 정말 무덥다. 자전거길이 좋았던 이유는 길 양쪽으로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나무 그늘 아래로 지나가며 시원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이었는데, 오늘은 자전거길이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자전거길에 나무가 없이 햇빛을 그대로 내리쫴고 있다. 그래도 아스팔트보다는 흙길이 열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아스팔트보단 훨씬 덜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늘이 없어도 계속 자전거길로 달렸다. 

    결국 계속된 더위 아래서 달리다 보니, 그리고 점차 차오르는 습도에 우리는 지쳐버렸다. 결국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감사하게도 우리를 모두 덮을 수 있는 큰 나무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치지 않고, 바로 자전거를 땅에 기대어두고, 그늘 속으로 몸을 이동했다. 그렇게 누워서 한숨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집에 있는 제일 편한 소파에 누운 듯, 그 잔디밭은 푹신했다. 

    5. 마침내! 오늘의 도착지 허먼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뭐지? 뭐지..?

    터지지 않는 데이터

    바로,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잠깐잠깐 안 터진 적이 한두 번 있기는 한데, 이렇게 다리를 건너서 허먼 지역으로 들어오자마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것에 당황했다. 완전히 데이터가 먹통이 되어버렸다. 분명 버라이존은 어디서든지 잘 터질 거라고 했는데, 조금만 이동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동네에 들어오자마자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버라이존의 기지국이 분명 터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일단 웜 샤워의 집으로 이동했다.


     

    6. 오늘의 웜 샤워는 부부였는데, 그들의 자녀 3명과 함께 허먼에서 지내고 있었다. 남편은 프리랜서로 인터넷 페이지 보안을 담당하는 일을 했는데,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집에서 주로 근무를 했다. 그리고 아내는 가정주부지만, 마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펜션에서 주무시는 분들을 위한 아침, 그리고 룸 서비스 등 그런 것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3 아이는 모두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었다. 나는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참 큰 감명을 받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펜션의 여러 집들 중 하나.


     

    7. 그들의 집에는 이러한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아마 이것이 바로 이들의 가훈인 듯했으며, 그리고 이들은 정말 이에 따라 살고 있었다. 이들은 웜샤워도 하고, 카우치서핑도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가 준비해준 저녁

    오늘 저녁 메뉴였는데, 마카로니와 치킨 드럼스틱(다리)였다. 그리고 샐러드가 있었다. 정말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준비해줬다. 우리는 오늘 처음 본 이방인인데, 본인들의 저녁 식탁에 우리를 초대하여 함께 저녁을 먹게 하는 것만 해도 참 신기하고 감사했다. 사실 우리가 저녁을 먹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긴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격렬한 운동 뒤에는 단백질을 먹어줘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치킨 다리를 저녁 메뉴로 챙겨줬다. 


     

    8. 그리고 아내가 찬양팀 연습이 있다면서 교회를 가야 한다고 해서 나도 같이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교회로 갔다. 그런데 연습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늘 연습이 취소됐는데 아무도 그녀에게 공지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찬양연습을 하면서 만난 이들에게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갔는데, 아무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교회 이곳저곳들 둘러보면서, 옛날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섬기면서 봤던 그때 그 모습과 비슷한 구조와 모습이 많이 정겨웠다. 그때 그 생각이 좀 많이 났다.

    9. 정말 이 동네 어디에서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호스트에게 대체 여기는 왜 휴대폰이 안 터지냐,라고 물어보니, 이 동네는 오직 AT&T 망만 들어온단다.. 그래서 버라이존이나 스프린트, 티모바일 등 그 어떤 것도 안된다고 한다. 이렇게 유일하게 버라이존이 안 터지는 동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집에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와이파이로 잘 버텼다! 인터넷이 정말 삶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임을 한 번 더 이렇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