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7. 7.

    by. Conpresent

    Osawatomie - Kansas city

     

    1. 웜샤워 집을 떠나기 전, 아침식사 또한 어머니께서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오늘은 그렇게 긴 거리를 라이딩 하진 않지만, 그래도 언제나 아침이 든든해야 하루가 가볍다. 조금 모순되는 것 같지만, 든든히 챙겨 먹어야 몸이 가볍다. 이건 어떻게 말로 설명이 참 어렵다. 인사를 하고 차고에서 자전거에 짐을 다시 결속하고, 길을 나선다.

     집을 나서며 다시 뒤를 돌아 우리가 머물렀던 이 예쁜 집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왼쪽이 차고고, 중간의 통로를 이용하여 오른쪽 집으로 연결된다. 우리가 머문 곳은 2층으로 각자 다른 방을 썼다. 내가 머물렀던 방은 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창문이 나 있는데, 그 틈새로 햇빛이 들어올 때 정말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했다. 나중에 혹시나 집을 짓게 된다면 이렇게 나무와 함께 짓고 싶다. 

    2. 오늘은 캔자스시티에서 머문다. 캔자스시티에는 웜샤워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웜샤워 호스트와 연락이 닿아 그의 집에 묵기로 했었다. 그런데 라이딩을 하던 중 머무는 곳을 변경하게 되었다. 바로 뉴스를 통해 우리 기사를 보시고 기자 분께 직접 연락해서, 우리에게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 싶다며 기자분께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을 하신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한인분을 만나면 한식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득 안고 오늘 하루를 또 시작했다.

    오늘도 보이는 옥수수들

    3. 오늘도 역시나 라이딩을 하면서 드넓은 옥수수밭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나 미국, 아니 전세계 옥수수의 허브, 캔자스! 소도 먹고, 사람도 먹는 영양식, 옥수수! 가끔 농기구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데, 무슨 괴물이 지나가는 것 같이 정말 거대하다. 이 거대한 밭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런 거대한 기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4. 자전거길을 따라 도시로 들어가는 중에 찍은 영상이다. 도시로 오면 그 외곽에는 자전거 길이 참 잘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도시로 가면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도 크게 느껴진다. 뭔가 잘 꾸며져 있다. 또한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어떤 길이 내 손과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지를 느끼게 된다. 길의 상태는 장거리 라이딩에서 정말 중요하다. 허벅지보다 허리나 손목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도 하니깐 말이다.

    캔자스 시티의 ERIK's Bike board

    5. 마침내 캔자스시티에 도착! 일단 큰 도시이기에 자전거 샵이 있어서 자전거 샵을 찾았다. 한달정도 타니 클릿이 조금 닳아서 페달에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고 중간중간 풀려버린다. 열심히 힘을 주면서 달리는데 이럴 때는 다리에 힘이 축 빠진다. 언제 클릿이 다 닳아 더 이상 고정이 안될지도 모르니, 예비로 하나 사두기로 한다. 그리고 튜브도 더 산다. 언제나 유비무환, 중간에서 도움을 요청하기는 정말 쉽지 않으니,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런 것은 내 성격과 참 잘 맞아서 철저하게 대비한다.

    6. 그리고 드디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수고를 하신 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그런 수고로움을 하면서 식사를 요청하는지.. 참 감사하다. 점심을 타이 푸드로 먹었는데 본인이 기분 좋은 날, 특별한 날 찾아오는 식당에 우리와 함께 갔다. 태국 음식을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전혀 거북하지 않고,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얘기하다 보니 대학 캠퍼스 사역을 하는 선교사님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선교를 간다는 것이 내 생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선교는 오지나 외지로 나가는 건데..? 그리고 미국은 세계에서 선교사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국가가 아닌가?' 그러나 이는 단순히 나의 착각이었다. 미국 캠퍼스 사역은 등잔 밑이 어두운, 복음의 사각지대에 속한 곳들이 있기도 했다. 정말 가정에서 사회에서 상처 받은 영혼들이 여전히 치유받지 못한 채, 대학과 사회로 나가고 있는데, 그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동체를 위한 그의 노력을 듣고 나니, 우리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7. 그리고 우리를 위해 숙소를 알아봐주셨는데, 캔자스시티에 머무시는 한인분! 본인의 사역을 돕는 귀한 동생이었다. 이분은 미국에서 직장을 구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계셨다. 처음에는 우리를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문득 자신이 전역 이후에 전국 무전여행을 40일간 다녔었는데, 그때 도움받았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자신이 받았던 것을 또한 흘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좋은 집에서 우리가 하루 머물 수 있었다.

    8. 우리는 그 집에서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메뉴는 바로 한국식 돼지갈비!! 아내분께서 해주신 음식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밥상에 앉아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행복했다.

    세계 1차 대전 기념탑이 저 멀리 보인다.

     

    기념탑 뒤쪽으로 오면 이렇게 넓게 잔디광장이 보인다.

    9. 저녁식사 이후에 선교사님과 함께 캔자스시티 도시 투어를 떠났다. 뉴욕이나 워싱턴 같이 볼 것이 많거나 한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공간들이 참 많았다. 첫 번째로 우리가 간 곳은 세계 1차 대전 기념관, 기념 탑이다. 전쟁의 기록이 남아있는 곳. 전시관이 여는 시간을 넘겨서 도착해서, 전시관을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정말 거대한 기념탑을 보는 것으로도 이 곳에 정말 압도되었고, 기념탑 뒤쪽으로 오니 넓게 잔디 광장이 보였다. 그 풍경에 한번 더 압도되었다. 도시의 모습이 이렇게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잠시 멈춰 생각을 하도록 했다.

     

    유니온 스테이션

    10. 이어서 방문한 곳은 UNION STATION이었다. 미국의 철도 산업을 이끌었던 한 시대가 지나고, 더 이상 예전과 같이 붐비지는 않지만, 이곳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또 탈바꿈을 하고 있었다. 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국 철도의 역사를 볼 수 있고, 유니온 스테이션의 역사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또한 내부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피아노 소리가 어디선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진 모르겠으나 그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었다.

    밤이 저물어가는 캔자스시티

    11. 캔자스시티에서의 밤이 저물어간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꿈만 같다. 차를 타고 도시 곳곳을 누비며, 관광객이 된 듯한 이 기분과, 자전거가 아니라 편하게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누려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받은 것과 같이 의미 있게 살아가는 이들을 마주할 때, 나 또한 그들에게 다시 아낌없이 베풀어야 함을 배운다. 무엇보다 선교사의 삶이 어떠한 질 조금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나의 것을 남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여유가 있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있나'가 결정적이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인가?

    내일은 주일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하루 더 머물면서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곳에 가서 청년들을 만나면서 얘기들을 나눠보고 싶지만, 대학이 방학기간이라 학생들도 없을뿐더러 우리또한 일정에 계속 쫓기느라 시간을 낼 겨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중에 일정을 조금 점프를 뛰더라도 중간중간의 기회들을 좀 잘 캐치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한다. 하지만 대책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내 성격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