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7. 9.

    by. Conpresent

    Kansas city - Warrensberg

    1. 동현형 집에서 맛있는 식사와 대접을 받고 다시 또 길을 떠난다. 지난밤 우리에게 집의 아래층을 내어주어서 우리는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대가 없는 이러한 도움은 언제나 나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남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오늘 내가 그들의 도움으로 지었던 미소를 다른 이에게서 또 발견할 수 있기를..

     


     

    2. 구름이 참 많아서 라이딩 하기에 날씨는 정말 좋다. 그리고 길까지 좋다면 정말 라이딩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일 것이다. 오늘이 참 그렇다. 심지어 자전거 길 표시까지 잘 되어 있다면 나는 어느 골목에서 꺾어야 하는지 잔뜩 긴장하며 골목마다 구글 맵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라이딩을 하면서 신경 써야 할 거리가 한 가지 줄어든다. 그러면 여유가 생긴 정신을 내게 조금 더 쏟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지니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발만 열심히 구른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다만 생각에 취해 속도만 느려지지 않도록 유의하며.,

     


     

    3. 라이딩을 하다보면 이런 작은 호수조차 참 반갑다. 매일 아스팔트 길만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이 모든 것이 지겹고 지루해질 때가 있다. 어쩜 그럴 때 딱 주변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길이 아닌 호수나 댐과 같은 물을 마주하거나, 예쁘게 잘 꾸며진 작은 동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 때 내가 매일 이동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은 하나를 꾸준히 하는 데 중요한 것 중에 하나임을 깨닫는다.


     

    4. 그러다 길에서 마주친 Marji! 우리 맞은편에서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던 그는 우리를 보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한참을 얘기하다가 오늘 어디서 머무냐고 물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워렌스버그 까지 간다니깐 자기 집이 이 근방이고 웜샤워를 운영하는데 자기 집에서 머물면 참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더 가야 했기에 그곳에서 멈출 수 없었다. 혹시나 우리 다음번에 하는 친구들이 일정이 맞다면 그의 집에서 머물수도 있겠다고 말하고,  우리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 나누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서 우리를 격려해주고, 꼭 완주하길 바란다는 그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이후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계속 우리를 응원하였고, 우리 또한 그의 삶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자전거라는 공동의 매개체를 통하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삶과 목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메여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가 되지 말자. 

     


     

    5. 마친내 워렌스버그에 도착했다! 워렌스버그에서 우편함과 같은 이런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은 도서관이었다. 본인이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을 한 권 두고, 다른 책을 한 권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안을 열어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놓여 있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좋긴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좀 의문이었다. 점차 하향평준화가 될 것만 같은 느낌., 서로가 연합해서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그래도 책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사실은 책이 거의 없을 줄 알았기 때문에..)

     


     

    6. 워렌스버그에서 머무는 곳과 연락이 되기까지도 참 다사다난 했었다. 나이가 드신 부부 호스트였는데, 남편이 최근에 오랜 기간 여행을 떠나서 집에 자신과 그리고 방학 동안 잠시 놀러 와 있는 손녀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를 받지 않으려 하다가 우리를 받았는데, 호스트들을 위해 남편이 계속 고치고 있는 집 옆 또 다른 집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얘기를 하는 것은  집에서 했지만, 자는 것은 수리 중인 집으로 넘어가야 했다.

    거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한창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다녔는지 바닥도 정말 더러웠었다.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았다. 정말 저녁을 먹고 나서 자는 곳으로 다시 넘어가기가 싫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건 엄청난 욕심인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그곳에서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가 공짜로 밥을 먹고, 머물 숙소가 있음에 감사하며, 그곳에서 머물렀다.

    그들과 함께한 저녁식사와 함께 했던 보드게임(멕시코 기차 도미노?, 아직도 룰을 잘 모르겠다)은 그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또한 이들에게도 우리가 미국 횡단을 하는 목적에 대해 전하면서 이들에게도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한번 알릴 수 있었다.  

    오늘의 위치! 이제는 반을 넘은게 확연히 보인다. 그리고 서부의 건조한 곳에서 점차 떠나 숲이 우거진 동부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제 반을 넘었다니 뿌듯하다. 또한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온 것만큼 남았다는 것이다. (하기 싫다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