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7. 9.

    by. Conpresent

    Warrensburg - Columbia

    1. 오랜만에 달리는 100마일, 신발을 꽉 조여 메고 오늘을 준비한다. 이 기분은 마치, 그때와 같다.

    군생활 중 행군이나 훈련을 앞두고 신발을 꽉 조여메던 그때 그 기분. 군생활을 해본 이들은 아마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군복을 입을 때 아침마다 뭔가 차려입는 기분이라 기분이 좋았었다. 이너웨어를 입고,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바지 밑단을 군화 속으로 넣어 군화를 꽉 조여 메고,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겉옷을 입고 모자를 챙겨서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에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그 어떤 것에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복장에 실수는 없는지 점검하곤 했다. 군인이라는 신분과 그 환경 속에서 나를 맞추며 지내는 것이 나름 뿌듯하긴 했다. 

    그와 비슷하게, 100마일을 달린다는 것은 나름 상징적이다. 두자리수가 아닌, 세 자릿수를 달린다는 것이고, 누구나 들었을 때 "하루에 백마일?!!" 하고 충분히 놀랄 수 있는 거리이며, 내 성이 백씨..

    사실 한국에서는 Km를 더 보편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Mile 단위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100마일이 100Km처럼 인식될 때가 있다. 언제가 가장 그러냐면, 길가에 있는 표지판을 볼 때 그러하다. 오늘 가야 하는 도시의 이름이 표지판에 있는 것을 보면 이제 가깝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옆에 적혀 있는 숫자를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에 확신이 든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 마주하면 깨닫게 된다. 1마일은 1.6Km이고, 100마일은 160Km라는 것..


     

     

    2. 캔자스시티부터 세인트 루이스 까지는 자전거 길이 놓여있다 KATY 트레일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옛날에는 MKT Trail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Missouri - Kansas - Texas까지 놓여있다는 것이다. 엠-케이-티 , 엠-케이-티 , 음-케이-티, ㅇ-케이-티, 케이-티가 된 듯하다. 언제나 항상 언어는 쉽게 쉽게 만들어지려고 하니깐! 그런데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길이 완벽히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자잘 자잘한 돌같이 되어 있다고 해서 과연 얇은 우리 바퀴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자전거길을 따라서 가면 계속 평지에 가까운 길이기에 속도는 조금 느릴지 몰라도 오랫동안 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길로 가기로 했다. 걱정을 가득 안고 자전거 길을 올라탔는데, 생각보다 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3. 케이티 트레일을 따라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 옆에 강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숲이 우거진 자전거길을 달리면서 햇빛도 가리고,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옆의 강을 보게 되니 훨씬 더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옆에 있는 강의 이름이 뭘까 궁금하여 지도를 찾아보니 미주리 강이었다. 근데 이 강이.. 미주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북쪽으로 어어엄-청 길게 늘어져있다. 그리고 동쪽으로도 계속 이어지는데 그 끝에서는 미시시피강과 만난다. 미 대륙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물줄기가 바로 미주리 강이고, 그 크기는 정말 크다. 지도로 보면 미국이 정말 크니깐 이 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강 하나하나가 그냥 바다 같다. 이렇게 미국 땅이 크구나 하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케이티 트레일을 올라타서 우리는 계속, 계속 페달을 밟았다. 오늘 가야 하는 거리가 거리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00마일가량을 달려 마침내 컬럼비아에 도착했다. 아침 여섯 시, 일곱 시, 새벽같이 서두르며 출발했지만, 오늘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오후 4시였다.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는 더 달린 것이다.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10마일 정도를 가니깐, 평소 7-80마일 달리던 것에서 늘어난 만큼 딱 시간은 계산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제 한 달을 넘게 달리니, 평균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달리는지가 보인다. 지금은 그 정도로 달려도 우리는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이 평균을 넘어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여전히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기에.,

    호스트의 집에 도착해서 그녀와 그의 아들이 우리를 환대해줬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해줘서 함께 저녁도 먹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호스트와 함께 찍은 사진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우 아쉬웠다. 저녁도 함께 먹고, 얘기도 참 많이 나눴는데, 왜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래도 이곳에서 받았던 호스트의 따뜻한 저녁과, 우리를 위한 배려.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만남들을 또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