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3. 2.

    by. Conpresent

    나를 변화시킨 일곱가지 질문, 손석제 저

     


    [책의 첫인상]

    목회자가 낸 신앙서적과 달리 평신도가 낸 신앙서적은 읽을 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우선 평신도가 쓴 책은 대체적으로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 않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도 저자가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나누기 때문에 무겁지 않다. 마치 두툼한 삼겹살을 이쁜 나무 도마에 담아와서 직원이 구워주는 가게가 아닌 양푼이 하나에 듬뿍 담겨 나오는 대패삼겹살을 내가 직접 구워 먹는 것 같다.

    또한 저자의 직업이 목회자가 아닌 사회에서 한명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에 저자에 따라 경험하는 것들이 다양하다. 그렇기에 비슷한 직군에서 일을 하거나 혹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읽는다면 더욱 공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책마다의 적용이나 결론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도 저자가 데이터 사이언스분야의 박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일 것이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 책에 호기심을 갖게 한다고 생각한다. 모태신앙이 아닌 그가 과거에 기독교와 신앙인에 대해 비판하고 편견을 갖고 바라보던 그의 시각이 이후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어떻게 생각이 변화되었는지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지금 이 자리, 나의 신앙의 모습은?]

    “내가 아는 하나님에 대해 책을 쓴다”

     

    위와 같은 신앙적인 목표를 갖고 신앙생활을 해온 그는 아래와 같은 소망을 품었다고 한다.

    '어느 신앙인이든 원하는 믿음과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야 책을 쓰더라도 더욱 풍성한 내용과 어느 독자에게나 도전이 될 수 있을만한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목표를 가진지 20년이 지난 지금, 책을 쓸 만큼 충분히 경험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가 받은 은혜와 감사가 넘치기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마치 어른들이 ‘결혼은 준비하고 하는게 아니다’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신앙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준비를 한다고 하면 끝이 없을 것이고, 결코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특별한 신앙의 스토리가 있다면 성인이 되고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신앙을 갖기 전과 후의 삶이 그가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뚜렷이 비교가 되어 책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지만, 그의 대부분 신앙생활은 미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 한국의 교회에서의 신앙생활과는 약간 다른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미국이라는 환경이 그가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분명 그를 그곳으로 이끄셨을 것이다.

     


    [책 내용]

    책은 크게 두파트로 나뉜다.

      1. 변화를 위한 출발

    이 파트에서는 그가 믿음을 갖기 위해 했던 질문들과 그의 믿음이 성장해가며 그가 했던 질문들,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타인들이 가졌던 신앙에 대한 질문들을 깊게 탐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해 그가 얻은 답과 그만의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주제로는 ‘믿음의 필요‘, ‘과학적 의심’, ‘공의의 원리’, ‘사랑과 구원’ 이렇게 네 가지가 있다. 여타 책들과 같이 어쩌면 신학적인 해설이 필요할법한 그런 내용에 오직 신앙을 대하는 그의 일상과 생각들로 채워져 있기에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새 신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파트의 주제들

     

      2. 생활속의 변화

    1장에서는 믿음에 대한 내용을 조금 강하게 다루었다면, 2장에서는 신앙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신앙생활하는 것에서 오는 질문들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다. 2장에 대한 주제로는 ‘감성적 문제’, ‘교회의 의미’, ‘믿음의 시작’ 이렇게 있다. 특히나 이 장에서는 신앙생활을 하기 전의 그의 모습과 신앙생활을 하고 난 이후의 그의 모습을 자주 언급한다. 그 때문에 신앙생활에서 나타나는 고민과 질문들에 대해 독자들은 좀 더 넓은 관점을 얻을 수 있다. 

    2파트의 주제들

     


    [개인적인 생각]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깨달음을 얻은 게 있다면 바로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 문제다. 책에서는 아이에 대한 얘기들 혹은 아이와 함께 나눈 얘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책에서 자녀에게 신앙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가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라와서 인생에서 특별하게 불꽃튀는 신앙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다. 그저 나무에 붙어있는 가지처럼 붙어있으면서 신앙에 대한 고민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 나의 신앙의 모습이 때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아 답답하기도 한다. 그럴 때 저자와 같이 모태신앙이 아니라 이후에 신앙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확실한 회심의 경험이 있고, 신앙적인 큰 경험들을 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느꼈다. 그때마다 나는 모태신앙보다 몸과 영혼이 조금은 자란 뒤에 자신의 결단으로 신앙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신앙교육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신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녀들을 신앙교육을 시켰지만 오히려 자녀들이 교회에서 더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 내 생각이 답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만약 부모가 된다면 자녀의 신앙관을 어떻게 세워줘야 하는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성을 얻었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믿음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은 마치 이제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에게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명절에 큰절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한국의 문화 안에서 어려서부터 그에 맞는 예절과 행동방식을 후손에게 전수해야 하는 것처럼, 크리스천의 생활과 방식은 믿는 부모 된 입장에서 반드시 자녀들에게 공유하고 내려보내야 하는 생활과 전통의 정신적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P.166)

     

    그렇다. 아이들에게 신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문화를 자녀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그 목적이고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최종적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 본인의 신앙을 갖도록 성장할 때까지는 부모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자유롭게 신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핀터레스트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는 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준다. 그러나 금세 아이는 걷고 수저를 들고 본인의 밥을 본인이 먹고자 한다. 그러나 매번 흘리고 입으로 들어가는 양보다 떨어뜨리는 양이 더 많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수저를 입으로 골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수저가 익숙해졌나 싶으면 이제 젓가락이 등장한다. 내 손가락은 왜 이리도 힘이 없는지 젓가락으로 반찬하나 들기가 쉽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놓친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아이의 숟가락에 올려준다. 그렇게 부모를 통해서 밥을 먹으며 하루하루 자라 간다.

    신앙의 모습도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먹여줘야만 신앙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내 힘으로 나의 신앙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신앙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혹자는 너무나도 많은 신앙서적들이 시장에 쏟아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많은 신앙인들의 신앙의 얘기들이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이 숟가락 위에 올려주시는 반찬 한 젓가락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찬 하나에는 금방 질리듯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 또 누군가는 그가 아는 하나님에 대해 책을 쓰고, 다른 누군가의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