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4. 5.

    by. Conpresent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2018년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던 중, 시카고를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오하이오 주의 작은 도시에서 머물렀었다. 그때 웜샤워 호스트는 특수교사로 재직하다가 은퇴한 선생님이었고, 그는 자기가 읽고 있던 ‘12 Rules for Life’ 책을 추천해주었다.

    ‘법칙’

    나는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이미 제목에서 저자의 당당함(?)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 나의 인생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 같은 제목에 거부감을 느꼈다. 나는 호스트에게 읽어보겠다고 하고 휴대폰에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 횡단을 마친 후 뉴욕에서 유명한 서점을 들렀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는 것을 보고 조금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나 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책을 펼쳐 목차를 봤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목차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처음 이 목차를 본 나의 반응은 ‘이게 그가 말하는 인생의 정답이라고?’, ‘대체 이게 왜 베스트셀러지?’ 어릴 때부터 인생의 법칙은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들어온 나에게 이 책은 마치 이단아와 같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첫 번째 법칙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네게 모든 것을 부으시리라’인데, 이런 말은 전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멋있는 말로 포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 표현된 법칙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궁금했다.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속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런 자기기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_ 해설 “노먼 도이지”, 의학박사, 토론토 대 정신의학과 교수<기적을 부르는 뇌> 저자

     

    이 책의 시작은 이러하다. 2012년 누구나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쿼라(quora)라는 웹사이트를 발견한 그는 그때부터 휴식을 취하거나 일하기 싫을 때 그는 흥미로운 질문들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해 보이나 약간 다른 이 사이트는, 독자들이 답변에 추천 버튼을 누를 수 있고,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위로 올라가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된다.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그가 올린 답변 중 가장 많은 조회 수와 추천을 받았고, 이는 이 책을 만들도록 이끌었다.

    마치 한국 정서에 맞추어 설명하자면, 네이버 지식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 것과 같다.

    이후 그는 CBC(캐나다 방송공사)<행복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라디오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는 행복보다는 고통을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 인간의 특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감명 깊게 들은 한 출판 관계자가 그에게 일반 독자를 위해 책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우리가 ‘즐겁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관한 간단한 안내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가 이전에 쿼라에 올린 질문과 답변들을 다시 뜯어보며 그는 글을 다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대 주제 속에서 삶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한다.

    "삶의 길을 걷는 것이 행복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다."

    교회에서는 삶의 길에 대해서보단 삶 이후의 삶을 더욱 강조한다. 그리고 그 삶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교회는 성경을 통해 인생의 법칙을 배운다.

    오늘, 조던 피터슨이 제시하는 인생의 법칙은 그런 법칙과는 결이 다르다. 교회를 오랫동안 경험해온 사람들은 분명 나와 비슷하게 제목에서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이 책을 읽어간다면 그 내용에서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부제는 '혼돈의 해독제'(An antidote to chaos)이다. 행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살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오히려 더 혼돈 속으로 빠져버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행복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 있다고 말하며, 그들이 그 혼돈 속에서 탈피하여 각자 자신의 삶의 길을 걸어가도록 도와준다. 

     

    당시 웜샤워 호스트가 만들어준 귀한 저녁식사

     

    책을 마무리하고 나서 당시 웜샤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기독교인으로서 자기 집을 이방인인 여행객들에게 내어주고, 정성껏 만든 식사를 대접하며 서로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 그는. 방문객이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방문객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에 맞춰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는 분명 나에게 그러했던 것과 같이 또 다른 자전거 여행객들을 맞이할 것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잘 곳을 내어줄 것이다. 이것을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나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필요를 느끼고 있고, 어떠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지를 정말 면밀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인으로서의 역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한 분이 20대를 분석한 것에 의하면 20대는 이러한 경향을 지닌다고 한다.

    1.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으면 안 본다.

    2. 배울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무시한다.

    3. 재미없으면 하지 않는다.

    왜 이 훈수두려하는 듯한 제목의 꼰대책(?)이 아마존에서 44주 연속 TOP 10에 들고, 전 세계 45개국에 출간되는지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 그리고 정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도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