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2. 3.

    by. Conpresent

    '영원의 땅'에서 발견한 구원의 희망

    선교와 국제개발의 가운데에서 살아낸 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기 _ 아프리카는 '영원'을 생각한다. : 아픔을 넘어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승 _ 이기적인 세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선한 의도, 어긋난 결과

    전 _ 건물은 환영받지만 인권은 외면당하고 : 개발 현장의 이슈와 대안

    결 _ 진주는 항상 어딘가에 묻혀 있다 : 우리가 걸어야 할 구원의 길

     

    1994년부터 르완다, 우간다, 케냐 등 동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구호와 개발 사업에 헌신해왔으며,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성과지향적인 서구 문화권에서는 시간이 희소한 자원이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효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도대체 급한 일이라곤 없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아프리카인들의 태도는 좌절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좀 더 알게 되면 다른 것이 보인다. 나의 눈으로 보는 것과 그들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하쿠나 마타타도 그렇다.

    서구화된 현대인들에게 현재는 참고 기다리는 대상일 뿐이다. 더 나은 미래가 오리라는, 막연하지만 언젠가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괜찮아'라며 오늘을 인내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견디지 않고 확실한 지금의 순간순간에 자족하고자 한다. 비록 현재가 어려워도 비관하지 않고 달관한다. 영원의 시간에 비하면 현재의 시간은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우간다의 철학자 존 음비티(John Mbiti)는 그의 책 <아프리카의 종교와 철학(African Religion and Philosophy)>에서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관을 설명하면서 아프리카의 언어에는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은 언제나 '자마니(zamani)'라고 하는 영원의 시간(과거)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사(sasa)'라고 하는 현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 잠시 존재하다가 영원의 시간, 즉 과거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먼저 돌아가신 조상들이 있으며, 그들은 영혼이 깃든 모든 존재는 죽어서도 영혼이 남아 영원의 세계로 가게 된다고 믿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이처럼 죽음이 단절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여정 가운데 누구나 지나가는 오솔길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힌 채 아등바등 살아갈 때 이곳 사람들은 물질의 결핍 속에서도 오늘을 편안하게 품으며 풍요롭게 살아간다. 

    하쿠나 마타타는 우리 인생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있지만 굳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게으르거나 답답한 사람들이 아니라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멀리 내다보고 사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개발과 선교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 그의 생각을 함께 걸어가는 것

    선교란 무엇인가?

    - '복음을 전하지 않고 구호와 개발에 종사하는 것을 왜 선교라고 하는가?'

    - '왜 구호와 개발을 하는데 선교라는 불순한(?) 동기를 갖고 하는가?'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은 이렇게 세상 모든 생명을 향해 있다.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그들에게 우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방식으로 그들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 이기적인 세상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타심의 본질은 이기심인가'라는 그의 첫 질문에 대해 나는,

    '모금은 아동을 팔아서, 사업은 필요에 따라서'

    개발협력 분야에 있으면서 참 다양한 주체들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도 그 중 한 부분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형평성과 효율'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하는 문제는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 성장을 우선할 것인가, 성숙을 지향할 것인가

    개발의 현장을 보면 마치 어린이를 빨리 어른으로 만들려는 듯한 행태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몸집만 커진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진대 외형적 성장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른은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줄 알며, 나름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지혜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성숙한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개발활동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목표로 현지 주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데 모아져야 합니다. 구성원들을 보다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야 하지요. 우리가 '주민조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에 치중하는 것이 '성장'이라면, 주민조직과 지역개발은 '성숙'에 해당합니다. 우리의 개발사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그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실행하지 않습니다.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의 고민거리는 또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거나 계량화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기부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개발국가들에서 취약한 아동과 여성 인권, 가정 폭력 등의 문제는 당장 시급한 식수, 식량, 소득 관련 사업에 항상 우선권을 내주게 됩니다. 현지인들도, 현지 수요조사를 맡은 사람들도 즉각적이고 물질적인 가치에 먼저 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요하면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사업, 즉 전쟁의 재발을 막거나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인 사업에서는 인력이나 기금을 조성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개발단체들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급히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발단체가 나름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지역사회의 가치 실현을 위해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수혜자들을 뒤로한 채 기부자들을 기쁘게 하는 일에만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걸어야 할 희망의 길

    사랑해본 사람은 압니다.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사랑을 받는 사람도 귀한 존재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 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를 자유케 하는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