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6. 13.

    by. Conpresent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한 ESG서적 <넷 포지티브>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빠르게 읽어볼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짧게 나눠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코로나19 때의 얘기도 책에 담겨 있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표지

    최근 기업가에서는 ESG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아무래도 전 세계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유명한 블랙록(Black Rock)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가 ESG를 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https://www.blackrock.com/kr/larry-fink-ceo-letter)을 한 이후, 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기업의 리더들은 마치 장님이라도 된 듯 넷 포지티브 기업 앞에 놓인 쟁점에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그들은 코끼리를 만진 장님과 다르게 자기가 맞닥뜨린 문제가 '코끼리'임을 아주 잘 안다. 다만, 비용을 지출하기 싫고, 이해관계자를 상대하기 싫어서 그 쟁점을 회피할 뿐이다. (p.289)

    이러한 ESG를 가장 잘 이끄는 기업들은 여러 곳이 있을 것이며, 이케아, 파타고니아와 같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많이 알 수도 있겠지만, 유니레버는 다소 우리에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다른 모든 기업들을 제치고 10년 연속 '지속가능성 기업' 세계 1위에 오른 기업으로, 그들이 어떻게 이런 조직문화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 면밀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 넷 포지티브란?

    성장을 추구하면서 사회, 환경,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기업의 경영 전략을 뜻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리로 세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순 긍정적' 영향을 창출하고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유니레버는 이러한 넷 포지티브를 기업의 주요한 경영전략으로 삼아, 조직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너무나도 과감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들처럼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와 동시에 유니레버가 첫 발판을 마련했으니 뒤이어 오는 기업들은 조금은 시행착오를 덜 거치고 이러한 시스템을 그들의 문화에 안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 넷 포지티브 경영의 원칙들

    이 책은 감히 피터 드러커와 같은 고전적인 경영의 구루의 시대 이후를 대표하는 경영 바이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 책에서는 '넷 포지티브 경영의 5가지 원칙', 그리고 '넷 포티지브 리더의 5가지 특징', '지속가능성 목표의 5가지 핵심', '넷 포지티브 기업 문화 구축' 등 넷 포지티브 경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위한 제언들이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감히 경영의 바이블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리더들을 위한 제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직원들을 위한 제언, 이러한 경영을 바라보는 고객들을 위한 제언 등이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각 타겟층에 맞게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ESG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 책은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유니레버에서 2010년부터 지난 13년간 실행한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USLP)이라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 관해서도 그 히스토리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어, 유니레버가 이러한 경영전략을 실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어려움들을 겪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알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3. 사명감만으로는 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그 안에 속한 구성원들이었다. 기업은 이러한 전략과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지만, 과연 직원들은 그 안에서 희생해야 하는 것들은 없었을까. 그것에 대한 반대는 없었을까? 조직 문화라는 것이 한두 사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닐텐데,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려와는 다르게 유니레버는 꽤나 많은 취준생들에게 인기가 많이 있는 기업인 듯하다.

    유니레버는 매년 1만 5,000명을 새로 뽄는데, 지원자는 늘 200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약 600개 대학원 인턴 자리에 100만 명이 지원한다. 유니레버 신입직원의 4분의 3은 입사한 이유가 회사의 사명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유니레버는 구직자가 꼽은 가장 들어가고 싶은 직장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니레버의 핵심시장 영국과 인도 등에서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놀라운 일이다. (p.145)

    넷 포지티브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로 '회사가 얻을 이익보다 앞서 직원 참여에 관한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얻을 이익보다 회사가 직원에게 봉사한다는 목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즉, 기업은 직원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직원들은 사회에 넷 포지티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유니레버의 이런 관점이 그들의 직원들로 하여금 기업의 가치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4. 모든 것이 낱낱히 공개되는 세상, 돌파구는 신뢰

    유니레버는 용기와 겸손을 겸비한 기업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겸손이 있었다. 

    목표를 수치로 제시해 공개하면 회사는 여기에 당연히 책임져야 해서 스스로 압력을 주는 행위가 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느슨하고 자발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이 뒤따르는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p.200)

    그 어떤 기업도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크게 관심갖지 않던 2010년, 먼저 앞서서 수치로 제시한 목표로 책임이 뒤따르는 자발적인 의무를 지녔었고, 스스로를 압박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서히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볼 때, 그러한 기업의 자세는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더 앞서갔던 것이다. 

    유니레버는 그들의 투명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 NGO, 정부기관등과 파트너십을 지녔고, 자신들에게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공유했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 깔려있던 것은 바로 한 가지, '결코 혼자서는 바꿀 수 없다!'였다. 그들은 단지 자기 자신만 바꾸려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을 공개하는 신뢰가 기반이 되었어야 했다.

     


    5. 유니레버가 꿈꾸는 변화는 무엇일까

    이렇게 변화를 이끌어 온 유니레버, 그들이 이뤄온 것은 크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볼때는 작은 변화, 작은 시작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과 NGO 그리고 정부가 추는 '탱고*'는 시스템 자체를 더 큰 차원으로 재설정하는 것이 목표다. (p.267)

    *여기서 탱고는혼자 행동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긍정적인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에서 함께 춤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국제시장에서의 논의를 보면, 더욱더 크게 느낄 수 있다. EU의 비재무보고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유럽연합택소노미(EU Taxonomy), 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s)를 만들기 위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등 무형의 ESG를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계속하여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은 투명성을 높이고, 의무를 지게 하고 강제하는 효과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투명하게하는 무언의 압박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은 결국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고, 그것이 유니레버가 목표하는 변화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본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산과 소비, 그리고 성장은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로 우리 삶의 전반에, 기업의 전반에 녹아있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미래의 자원을 최대한 다 끌어와 사용하며 내일이 없이 성장해 왔음을 모두가 인지하게 되었고,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며 변화를 주는 것, 시작은 미미하고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으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서있는 그곳이 바로 선도하는 위치일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