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5.

    by. Conpresent

    1. 어제 출정식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날에 출발하려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준비가 좀 덜 된 것 같다고 판단되어 하루를 더 쉬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무작정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쉼터에서 출발은 하되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는 산타모니카를 다녀와 쉼터에서 하룻밤 더 머물기로 했다. 짐을 다 지고 장거리를 한번 다녀오는 것으로 자전거가 괜찮은지 테스트해보기로 한 것이다.

    왕복으로 대략 25마일정도 였다.

    2. 산타모니카까지의 길은 어렵지 않았다. Venice Blvd.로 올라 타게 되면 직진으로 쭉 가기 때문에 복잡한 코스는 아니었다. 우리는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고, 우리의 모든 짐을 다 싸서 이곳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산타모니카로 향했다. 

    산타모니카 해변

    3. 산타모니카의 해변은 정말 관광 휴양지 다웠다. 날씨가 이렇게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마치 여름에 부산 해운대를 간듯한 느낌이었다.

     

    산타모니카 해변

    4. 해변을 따라서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킥보드를 하는 사람들 등등 운동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다만 이런 길을 자전거로 갈 때는 모래를 정말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 특히 짐이 실린 자전거는 잘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5.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시려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골보다 도시가 더 두렵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두렵냐면 바로 자전거를 도둑맞을 두려움..!!이다. 사실 어떠한 짐을 도둑맞아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나중에 다시 구해도 되니 괜찮다. 하지만, 자전거는 얘기가 다르다.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발이 묶여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6. 그런 면에서 미국의 도시는 정말 무섭다. 아마 이런 뉴스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차량털이사건

    시골에서는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가지고 도시로 들어가게되면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정말, 정말 도시에서 긴장을 풀지 말자.

    7. 25마일을 자전거로 탄 이후 쉼터로 다시 돌아와서 짐을 풀었다. 마치 오늘 하루만 지나가는 여행객처럼. 며칠간 머물렀던 곳인데 불구하고, 이 장소, 잠자리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이전과 달랐다. 며칠 머물 곳이라는 인식보다 오늘 하루 머물 곳이라는 인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8. 내일은 월드컵 경기, 대한민국대 멕시코 전이 있는 날이다. 미국 서부 시간으로는 아침 여덟 시에 경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신부님께서 내일 아침에 경기를 보고 출발을 해라고 우리를 설득하셔서 내일 경기를 보고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LA 한인타운 쪽 야외에서 합동 응원이 진행되는데 미국에서 응원의 분위기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내일은 정말 라이딩을 시작하는 날이지만, 축구경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또한 설레기도 한다. 오늘은 가볍고 무거운 마음으로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