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6.

    by. Conpresent

    K Radio 앞에서 단체 응원

    1. 토요일 아침 8시부터 멕시코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7시 정도에 일어나서 준비해서 7시 30분 정도에 신부님과 함께 쉼터를 나섰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데 멀리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2. 잔디밭으로 가니 미라누님이 가장 앞자리에 신부님과 우리 자리를 맡아 주셔서 우리는 편하게 제일 앞에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손흥민 프리킥 장면

    3. 혹시나 골이 들어갈까 하는 기대감에 촬영했던 영상이다. 골로 연결된다면 과연 여기서 응원하시는 관객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이미 1점 앞선 멕시코를 응원하던 멕시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다 침묵하도록 하는 멋진 골이 나왔으면 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4. 기대했던 경기는 아쉽게 졌지만, 우리는 이제 동부를 향해 출발해야 했다. 근처 국밥집에서 설렁탕을 한 그릇 먹고, 쉼터로 다시 돌아와서 짐을 챙겼다. 

    트럭에 실은 자전거와 짐(좌)과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해주신 미라누님(우)

    5. 축구경기를 보느라 조금 늦어진 만큼 신부님께서 LA 외곽까지 태워다 주신다고 짐을 트럭에 실으라고 하셨다. 트럭에 싣고 보니 짐이 참 많았다. 어떻게 이 많은 짐을 자전거에 싣고 80일을 가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디어 시작된다는 마음에 설렜다. LA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는 것 같아서 감사했고, 꼭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본격적인 라이딩 시작!

    6. 동쪽으로 향하는 라이딩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아직까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LA에서 오래 머물면서 내가 이곳에선 여행자라는 것을 잠시 망각했던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지낼 곳이 정해지지 않고, 매일 새로운 곳에서 머물러야 하는 삶 또한 시작되었다. 

    첫 웜샤워 하우스에서 지내던 강아지 세마리
    내방 창문으로 보이던 경치 (좌) / 내가 지냈던 방 (중) / 웜샤워 부부와 함께 (우)

    7. 신부님이 트럭으로 조금 태워주신 덕에 첫날 라이딩을 하는 거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서 약 40마일 정도를 달려 오후 세시쯤에 웜샤워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 웜샤워의 집을 앞두고 나는 내심 조금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무료라고 하지만 혹시나 돈을 요구하면 어쩌지? 이방인을 이렇게 쉽게 정말 선의에서 받아들일 수 있나? 의심이 되었다. 그러나 첫 웜샤워는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정말 좋은 부부였다. 집에 강아지 세 마리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부부였으며, 웜샤워에게 제공하는 방이 두 개나 있어서 우리에게 서로 각방을 쓰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방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8. 맛있는 저녁식사 (미국식 타코)를 대접받고 정말 푹 쉴 수 있었다. 그때 뭔가 내 속에 있던 불안함과 걱정이 다 녹아내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되고, 앞으로 만날 웜샤워들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전날까지 아니, 몇 시간 전까지 이 긴 거리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던 마음은, '이제 감 잡았어!'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