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7.

    by. Conpresent

    <San Bernardino, CA - Desert Hot Springs, CA>

    1. 너무나도 좋았던 어제의 기억을 갖고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 두세 시쯤에는 마치는 것을 규칙적인 루틴으로 삼고 우리는 라이딩을 해나갔다. 오늘 달릴거리는 약 100킬로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아마도 6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픈 라이더 앱에 담긴 기록을 보면, 주행시간은 5시간 20분으로 예상과 비슷한 시간이나, 휴식시간이 4시간으로 비정상적으로 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Partial restricted usage road 표시

    2. 오늘 라이딩은 매우 순조롭게 잘 나갔다. 초반에는! 선두에서 지도를 보며 라이딩을 하면서 길을 안내하는 역할인 나는 지속적으로 구글 맵을 확인하며 라이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이용이 제한된 도로'라는 표시를 오직 공사 중일 때만 본 나는 당연히 지나갈 길이 하나는 있지 않겠나 하고 그 길대로 가려고 했다.

    3. 딱 Morongo Rd에 들어서려는 순간 OP(Observation Post)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드가 한명 나와서 우리를 막아섰다. 

       가드 : 너희 여기로 지나갈 수 없어.
        나  : 왜? 구글 맵이 여기로 가라고 안내하는데?
       가드 :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여기 지나갈 수 없어.
        나  : 여기 왜 지나가면 안돼?
       가드 : 여기부터는 Morongo Indian들이 사는 Morongo Reservation 이어서 ID 없으면 못 들어가
        나  : ???? ... 알겠어 

    4. 다시 자전거를 끌고 뒤로 나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다시 가드한테 물었다.

        나  : 혹시 동쪽으로 가는 길이 여기 말고 다른데도 있어?
       가드 : 저기 아래쪽에 highway 옆쪽으로 보면 작은 길 하나 있을 거야 거기로 가면 돼!
        나  : 아~ 그래? 고마워!

    5. 그래! 이렇게 길이 있는데 왜 구글맵은 이런 이상한 길로 알려준 건지? 하며 역시 구글맵은 여전히 소문대로 XXX구나 생각하면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6.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highway 옆쪽에 작은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길은 없는데, highway를 타야 하는 건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철길 옆 자갈길

    7. 그러다 가드가 말했던 길이 여긴가? 하고 들여다본 길이다.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우리 자전거는 로드 자전거여서 바퀴가 엄청 얇기 때문에 조그만 자갈길에도 쉽게 튜브가 터지기 때문에 비포장에서는 최대한 타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은 훨씬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 

    8. 삼십 분가량을 끌고 갔을까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의 기온은 35도를 훌쩍 넘기 때문에 점차 힘겨워졌다.

    9. 그러던 도중 호준이가 철길 맞은편에 포장된 길이 있다고 우리 철길을 건너가자고 말했다. 일단 매우 위험한 것 같긴 한데 이렇게 계속 걷는 것은 자전거에도 좋지 않고 우리 체력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일단 철길을 넘어 포장된 길로 가기로 했다. 근데 철길이 양방향으로 나있어서 철로를 두 개를 건너가야만 했다. 그리고 봉우리처럼 두 개의 철길 사이가 아래로 쑥 꺼져있어서 짐을 실은 자전거 통째로 한 번에 옮기기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짐을 풀어서 빨리 하나씩 옮기기로 했다.

    10. 짐을 풀고 자전거를 먼저 옮기고 짐을 옮기던 도중 아차, 기차가 오고 있었다. 미국에서의 기차는 한국에서의 기차를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미국 기차

    11. 첫째로 속도가 엄청 느리고, 둘째로 차량이 엄청 길다. 도로에서 한번 잘못 걸리면 최소 십 분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땡볕에서 우리는 짐 하나를 절대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짐을 나르는데 멀리서부터 기사 아저씨가 클랙슨을 울린다. 마지막 남은 짐 하나까지 안전하게 옮기자 얼마 안돼 기차가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운전석에 타 계시는 분이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반가운 인산가보다 생각이 든다. 

    12. 약 30분 정도의 걷기 이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니 뭔가 감격스럽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하다니! 20kg가량의 짐이 실린 자전거를 끌고 걷는 것은 정말 고되었다. 다시 우리는 힘차게 페달을 밟아 쭉쭉 뻗어나갈 수 있었다. 평평한 데가 포장도 잘 되어있고, 바람까지 순풍으로 부니 더할 나위 없었다.

    열심히 전기생산하는 바람개비들

    13. 이곳에선 바람이 참 많이 분다. 그래서 그런지 풍력발전기도 정말 많다. 특별한 마운트 없이 손으로 휴대폰을 잡고 촬영을 해야 했기에 흔들림이 좀 많다. 양해 부탁드리고, 수많은 풍력발전기들을 한번 보길 바란다. 그리고 소리로 들려오는 바람도!

    데저트 핫 스프링스에서

    14. 오늘의 목적지인 데저트 핫 스프링스에 거의 다 도착했다. 오늘 머물 곳은 한인 목사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곳에서 웜샤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인분들을 수소문해서 이 목사님과 연락이 닿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우리는 목사님 댁 근처에서 그늘을 찾아들어와 잠시 열이 잔뜩 오른 몸을 식혔다. 미국 서부는 기온은 높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끈적한 찝찝함은 없다. 그래서 그늘만 들어가면 바람이 불어오고 쾌적하다. 물론 나무도 잘 없기 때문에 이런 건물이 아니면 그늘을 찾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 안타깝다.

    15. 목사님의 도움을 통해 오늘도 고단한 하루 끝 편안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통해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곳은 통행이 불가능하단 것을 알았으니 지도를 볼 때 유의해야겠다. 안 그러면 오늘처럼 시간을 아깝게 보내는 날들이 또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투루 보낼 뿐만 아니라 체력도 소모하게 되니 여러모로 길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초행길이란 변명은 그만 넣어두어야겠다. 팀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 허비는 오늘로 충분했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