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6. 25.

    by. Conpresent

    1. 아무래도 내가 군종병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가장 만만하게 쓸만한 내용이 군종병인 것 같다. 그리고 내 경험이기에 좀 더 사실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블랙호크 타기 전

    2. 나는 개인적으로 동두천 전투군종으로 복무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용산 3 동두천 1의 전설의 경쟁률을 뚫고 동두천으로 간 것이 결코 아쉽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로 거너리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3. 거너리 (Gunnery)

    여름과 겨울에 영외, 포천에 있는 로드리게즈 사격장(RLFC, Rodriguez Live Fire Complex)에서 우리부대는 1달씩 훈련을 진행했다. 거너리(Gunnery)라고 불렀다.

    전투훈련을 하는 것이기에 개인화기를 모두 지급받은 후, 방탄과 조끼를 입고, 모든 짐을 다 챙겨서 험비에 싣고, 밤새 대기한다. 그리고 새벽 두 시 정도부터 험비와 LMTV, 탱크 등 줄지어 줄줄이 캠프 케이시에서 로드리게즈 레인지로 이동한다. 아마도 시민분들의 통행에 피해를 적게 주기 위해서 그렇게 이동하는 것 같다. 시속 4-50(어쩌면 더 느리게)으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로드리게즈로 도착한다. 럭색과 더플백 두 개에 가득 담은 짐을 가지고 숙소로 가서 잠을 자고 다음날부터 바로 그곳에서 업무가 시작된다. 한 달 동안 영외에서 지내면서, 우리가 누렸던 모든 것들을 우리는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이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숙소는 공장과 같이 거대하게 조립식으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인데, 그 안에는 2층침대가 수십 개가 깔려있다. 미리 선발대가 와서 다 지정해 놓은 숙소를 우리는 찾아 들어가서 짐을 풀면 된다. 이때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데, 바로

    '벽면에 위치한 침대의 1층'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벽면에 위치한 것은 충전을 할 수 있는 아울렛을 얻기 위함이고,
    1층을 가려는 것은  이러한 편의를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침대를 수건이나 판초 등으로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고, 본인의 공간을 갖길 원하는 미국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것이다.

    만약 배럭에서 정 가운데에 있는 침대를 차지했다면,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눈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뭔가 따른 짓을 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카투사에게 있어서는 휴대폰 사용이라던가..?, 뺑이치면서 침대에서 잠을 잔다거나..?)

     


     

    핫 차우(Hot Chow) 즉, 디팩(DFAC)에서 먹던 따뜻한 밥은 저녁시간에만 한번 제공되고, 아침은 시리얼과 빵,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등 간단하게 주어지고, MRE를 하나 챙겨간다. 이 MRE는 우리의 소중한 점심이다. (그렇다. 거너리에서는 점심을 주지 않는다..!)

    이 훈련을 통해서 MRE를 최소 백개는 먹어봤을 것 같다. MRE가 먹기 싫으면 방법이 있다!

     

    1안 아침에 시리얼과 우유를 좀 챙겨서 점심에 먹는다
    2안 카투사 스낵바를 간다.

     

    카투사 스낵바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을 파는 식당인데, 그곳에서 우리는 정말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다. 거기서 먹던 치즈 계란말이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로드리게즈에서 이거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미군도 MRE 먹기 싫어서 많이 찾는다. 다만 식당에 사람은 많고 장소는 비좁은데다가 진동벨이나 번호표가 없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면 아버지나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넘버를 불러주신다. 그런데 가끔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조금 감정을 담아서 크게 부르시는데, 이것에 많은 이들이 조금 기분 나빠했었다. (그래도 음식을 먹다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다들 알다시피 카투사는 기본적으로 미군 피엑스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ID가 없기 때문에 구매도 불가능하다. 

    그. 러. 나.!!

    이 로드리게즈 훈련장에서는 카투사들도 피엑스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음식물만 구매가 가능하다. (근데 살만한 전자제품과 같은 물품도 없다) 아이스크림이랑 음료수랑 과자랑 육포랑 어어어 엄청 먹었다. 

     


     

    거너리장에서는 샤워장과 화장실이 공용이다. 물론 남, 녀의 구분은 있다. 샤워장은 칸칸으로 구분이 되어 있기는 하다. 숙소에서 샤워용품과 옷을 다 챙겨서 샤워장까지 가야 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긴 하다. 그리고 이때, 잘 안 씻는 애들을 발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숙소는 같은 소대끼리 사용하는데, 사병 한명이 정말 안씻어서 다른 사병이 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NCO가 억지로 씻으라고 보내던 모습이 생각난다. (잘 안씻는 애들 의외로 정말 많다..)

    샤워장에서 주인 잃은 팬티와 양말, 그리고 샤워용품들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발견하게 된다. 

     


     

    거너리장에서의 업무는 별다를 게 없다. 평소에 영내에서 하던 일을 영외에서 하는 것이기에 똑같이 진행하면 된다. 전시 때 사용하는 노트북들을 다 가지고 거너리 장으로 나오기 때문에 일을 다 볼 수 있다. 다만 인터넷이 느리기 때문에 업무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소대마다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데, 이 라디오로 한 시간마다 보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중대본부에 있는 라디오는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중대본부 HQ 인원들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선다. 

    거너리 장에는 군종실이 존재한다. 그래서 군종병은 나름 편하게 지낸다. 그리고 이곳은 카투사들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먹을 것이 많고, 책이 많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정말 편한 소파도 있다.

    내가 함께 근무했던 목사님은 거너리장에서 군종부의 역할은 그들이 전투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먹이는 것이고, 마음이 편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거너리를 떠나기 전에 목사님과 미군 군종병과 함께 커미서리에 가서 장을 본다. 핫케이크 믹스 파우더를 수십 통, 핫케이크 시럽을 수십통, 오렌지주스와 초코우유 수십통, 믹스 과자 여러 박스, 게토레이 수십 개를 산다. 우리의 험비는 사실상 이 짐으로 다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목사님의 "핫케이크 만들어봤어?" 이 말이 가져올 사태를 미리 직감했어야 한다.
    "많이 안 만들어봤어도 괜찮아, 이제 많이 만들 거니깐"

    핫케이크 믹스 파우더에 물을 넣어 반죽을 만드는데 보통은 자동 믹서기를 이용하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손으로 열심히 휙휙 휘저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뭉친 것이 없도록 곱게 비벼줘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나는 반죽을 만들고, 목사님은 베이컨과 팬케이크를 굽고.

    한바탕하고나면 설거지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

    보통 한 중대에 한 번씩은 나가려고 했으니, 6중대니깐 최소 6번은 했다. 그리고 주로 힘든 업무를 할 때 우리가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야간사격에 지원을 나간 적이 많았고, A-탱크 사격할 때도 갔고, 박격포를 쏠 때도 갔다. 그래서 요리를 하고 나면 이들이 훈련받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누구나 편한 것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거너리 생활이 참 안타깝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거너리 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들이 있다.

    첫 번째, 거너리 장에서는 아침 PT가 없다. 다만, PT 점수가 사라지는 인원들에 한해 PT시험을 한 두 번 본다.
    두 번째, 거너리 장에서는 서로가 좀 더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이 안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우리는 주로 포커카드를 가지고 와서 카드게임을 했다.
    세 번째, 진짜 멍청하지 않은 이상 휴대폰을 절대 걸릴 수가 없다.
    네 번째, 총을 쏠 기회가 많다.
    다섯 번째, 업무 자체가 평소의 반 정도로 줄어든다. 
    여섯 번째, 그러다 보니 조는 시간이 많다.
    일곱째, 남의 침대에 가서 자면 나를 절대 못 찾는다.

     


     

    훈련을 마무리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목사님이 나한테 총쏘러 가고 싶냐고 물어봤다. 총쏘는 것은 갑자기 왜?라고 물어보니, B중대가 실탄을 다 소진해야 하는데 많이 남아서 총쏘고 싶은 사람들 오라고 했다면서, 총쏘고 싶으면 갔다 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총을 쏘기 위해서 풀 기어를 장착해야 하는 게 더 귀찮아서 그냥 안 간다고 했다.

    얘기로 들어보니 그날 사격장은 완전 다들 개판으로 사격했다고!

    군생활을 하면서 3번의 거너리를 경험했다. 나름 좋은 경험, 추억이 될 것이라고 하나도 빼지 않고 임했던 거너리가 나에겐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험비에서 방탄헬멧을 쓰고 앉아있으면 그렇게 잠이 잘 올 수가 없다. 그리고 맛있는 MRE를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 맛없는 거는 과감히 버려버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블랙호크를 탔던 기억이 가장 크게 남아있는데, 이날도 목사님이 갑자기 깜빡이도 안 키시고 훅 들어오셨다.

    - "Baek! 헬기 타보고 싶어?"

    -    "(뭐지) 헬기 타볼 수 있다면 타보고 싶지!"

    - "아, 그래? 나는 예전에 타봤는데 울렁거려서 다시 타기 싫은데 네가 타보고 싶다니깐 이번에 또 타봐야겠네"

    -    "(뭐지??) 헬기를 탈 수가 있어?"

    - "B중대가 헬기 착륙 후 경계하는 훈련을 하는데, 헬기 자리가 남는다고 해서 타고 갈 거냐고 나한테 물어봤거든"

    -    "(오..!!?) 그럼 완전히 타보고 싶어"

    - "그럼 B중대장한테 우리 세명 자리 만들어 달라고 말할게"

    그렇게, 나의 첫 헬기는 블랙호크가 되었고, 헬기체험은 정말 놀라웠다. 헬기를 타는 것이 어떤 느낌이냐면, 우리가 에버랜드를 가서 티익스프레스를 탈 때, 위에서 아래로 훅 떨어질 때 우리의 심장도 덜컹 떨어지며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는가?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 헬기가 움직이면서 아래로 움직이거나 하면, 마지 무중력 상태에서 떠있다가 중력이 생겨서 수욱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이다. 언제 또 헬기를 타볼진 모르겠지만, 이 또한 전투 군종으로 복무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전투 군종병 생활기 두번째 이야기 이어서 보려면 아래로 바로 이동하자

     

    전투 군종병 생활기 (2) 운동에 맛들이기

    1. 나는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했다. 그러나 근력운동보다는 팀스포츠를 좋아했다. 특히, 축구와 배구. 우리가 다들 한번씩 들어봤듯이, 군대 축구! 군대에 가면 축구를 또 많이 할 줄 알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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