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3. 3.

    by. Conpresent

    아마도 많은 분들이 '만추 마일'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주변에 카투사를 다녀온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행사는 내가 있었던 9 보병 2대대에서 하는 9 보병의 전통 행사이기 때문에 9 보병에서 근무했던 카투사나 미군들만이 알 것이다.

     

    구글 검색결과

    우선 구글에서 '9 보병 연대 만추'를 검색하면 이와 같이 연관돼서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위키에 들어가면 9 보병의 역사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만추'의 구호(모토)는 "Keep Up The Fire!"로 대대장이 집합해서 "만추"라고 외치면 대대원들은 "Keep Up The Fire!"라고 화답한다. 아마 모든 군대는 이런 구호를 갖고 있을 것이고, 각기 다를 것이다.

    '만추'의 뜻은 '만주'이다. 그렇다 중국의 그 '만주'다.

    네이버 사전 검색

    왜 9 보병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함께 알아보자. (개인적으로 내가 소속됐던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9 보병은 매우 역사가 오래된 미 육군 보병연대 중에 하나이다. 185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전투에 참여했다. (출처는 위키)

    Engagements

    War of 1812 {1st Battalion}
    Mexican War
    Pig War
    Indian Wars
    War with Spain
    China Relief Expedition
    Philippine Insurrection
    World War I
    World War II
    Korean War Vietnam
    Operation Golden Pheasant
    Armed Forces Expeditions – Panama
    Iraq Campaign
    Afghan Campaign

    만추의 이름은 1899년부터 1901년까지 중국에서 있었던 '의화단 운동'(영어로는 Boxer Rebellion)에 파견되었고, 이때 만추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후 9 보병은 전세계 많은 분쟁지역으로 가서 활동을 한다. 특히 한국전쟁때 가장먼저 들어와서 2015년까지 이들은 약 65년간 대한민국의 땅을 지켰다. (2015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의 9보병 2대대는 deactivated 했다. 이 얘기는 다음에 또 한 번 더 나누겠다) 

    MANCHU!

     

     


     

    자! 그럼 오늘의 주제로 다시 돌아와서, 그럼 '만추 마일'은 무엇인가?

     

    - 만추 마일이란?

    만추가 '의화단 운동'에 참전했을 당시, 9 보병은 무려 85마일을 행군해야했다. 그것을 기념하며 한국에 있는 9보병 2대대는 매년 4월과 9월 두 차례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해왔다.

    The Manchu Mile takes its name from an 85-mile forced march undertaken by soldiers from the 9th Infantry Regiment during the Chinese "Boxer Rebellion" in 1900, according to information from the Army. The soldiers marched from Taku Bar to the city of Tientsin, where they immediately went into action to help rescue besieged foreign diplomats and missionaries from insurgent Boxers, according to the Army.
    (출처 :https://www.armytimes.com/news/your-army/2015/05/19/2-9-infantry-to-conduct-last-manchu-mile-march-in-korea/)

     

    육군훈련소에서 40km 행군은 해봤으나.. 85마일은 약 137km로 그것의 세배가 넘는 거리다. 

    물론, 우리가 85마일을 행군하진 않았다. (그러다 정말 사람 잡는다..)

    기념행사이기에 약 25마일(약 40km)을 행군한다. 약 600여 명 되는 대대원이 전부 참여하기에 대열을 이루어 가는 것도 정말 장관이다. 

     

    - 만추 마일 준비

    모든 보병들이 걷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불문율인듯하다. 항상 우리 부대원들은 4월과 9월이 되면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듯하다. 아침 PT시간에 유달리 유산소 운동이 잦아지고, 아침에 럭색을 매고 달리는 날들이 생긴다. 몸 관리를 잘하라는 중대장의 얘기가 매주 아침시간마다 들린다.

    만추 마일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은 대체로 이렇다. 

    1) 행군을 하면서 먹을 간식거리들을 챙긴다. (초코바, 과일, 에너지 겔, 물에 타 먹는 가루형 음료 등)

    2) 내 발은 소중하기에 두툼한 양말과 풋파우더를 준비한다.

    3) 제발 행사 전에 어딘가 다치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범해진다.

     

    - 만추 마일의 시작

    행사는 주로 목요일에 한다. 그 날은 오전에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짐을 싸라고 다들 근무를 안 하는 편이다. 만추 마일을 할때는 개인화기를 지니고 행군을 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소대별로 개인화기를 지급받는다. 참 이 때 내가 M4 드는거에 감사했다. M250이나 유탄발사기나 삼발이가 달려있는 묵직한 녀석들을 드는 정찰병이나 박격포병들을 보면 저걸들고 만추마일을 어떻게 하나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아! 의무병이 제일 부러웠는데, 메딕은 개인화기가 M9이다)

    허벅지에 찰싹 감기는 요놈이 바로 M9

     

     

    이날은 DFAC(Dining Facility)가 문을 열기 전에 출발하기 때문에 미리 카투사 스낵바에서 밥을 먹거나 개인이 알아서 먹어야 한다. 나도 만추마일 전에는 항상 카투사 스낵바에 가서 제육덮밥이나 소고기 덮밥 같은걸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시쯤이 되면 점차 자기 짐을 들고 집합을 한다.

    만추마일 출발 전

    목요일 저녁 4시부터 리더십 그룹(대대장, 주임원사, 군목, 한국군 주임원사 등)이 먼저 출발을 하고 나면 약 30분 단위로 대대별로 출발한다. 코스는 부대를 한 바퀴 돌고 밖으로 나가서 산을 한바퀴 돌고, 강을 따라 걷다가 다시 부대로 복귀하면 끝나는 코스였다. (이렇게 보니깐 되게 뭐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시간으로 보면 내 기억에는 우리 부대가 6시쯤 출발해서 다시 부대로 돌아와서 마칠 때가 다음날 새벽 3시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 9시간 정도 걸린다.

     

    - 만추 마일 중

    육군훈련소에서 40킬로 행군을 경험하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육군 훈련소에서 경험했던 행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 자유로웠다는 것인데, 병사들끼리 잡담도 엄청하면서 가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겨 와서 노래를 엄청 시끄럽게 틀고 가기도 한다. 그리고 9시간의 행군 중에 2번의 쉬는 시간이 있다. 아마도 한 3시간 정도 걷고 나면 약 15분간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땀이난 양말을 갈아 신기도 하고, 풋파우더를 더 뿌리기도 하고, 몸이 춥거나 더우면 복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리고 물과 게토레이, 과일과 초코바등이 있어서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힘든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힘든 것보다 절리다 보니 걸으면서 깜빡 졸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 사람이 졸으면서 걸을 수도 있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던 시간이었다. 점차 밝은 해가 저물어가고 산중에서 어두컴컴해진다 산중에는 차가 한대로 없고, 불빛도 없어서 병사들의 머리에 꽃은 캠 라이트(야광봉)와 앞사람만을 따라서 계속 나아간다.

    만추 마일의 꽃은 마지막 동두천에서 (아마도) 양주까지 냇가를 따라서 계속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그 천을 따라서 계속 가다보면 끝에서 부대복귀전 마지막으로 쉬는 포인트가 있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모두가 정말 으쌰으쌰한다! 그런데 다시 돌아오는 길은 갈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정말, 정말 많은데, 모든 병사들이 가면서 "저 다리에서 이제 우리가 위로 올라가는거야?"를 외치며, 한 다리를 지나갈때마다 희망고문을 당한다. 정말 마치 그 순간은 내가 어디에 홀린것 같이 같은 곳을 계속 반복해서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만추마일의 끝

    드디어! 부대로 복귀하여 출발지점이었던 캐리 짐에 모인다. 그곳에 가면 짐을 내려놓고 체육관에 누워있는 무리들을 볼 수 있다. 약 30분의 텀을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30분 동안 쉬면서 그곳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한다. (비스킷과 소시지, 계란 스크램블 정도였던 것 같다) 그것을 먹고 나면 대대장과 리더십 그룹들이 한 줄씩 서서 만추 마일을 마친 병사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만추마일을 성공하면 만추마일을 성공했다는 Certificate와 만추 벨트를 준다.

     

     

    만추마일을 마친 후 리더십 그룹과 인사를 나누는 병사들
    만추 벨트 버클

    나는 개인적으로 미군부대에서 코인을 받을 때 악수를 하면서 주는 문화가 되게 멋있었다. 어떻게 하는 거냐면 주는 사람은 오른손바닥 안쪽에 이것을 쥐고 받는 사람과 악수를 하면서 그것을 건넨다. 그러면 받는 사람은 그것을 받고 왼손으로 옮기고 경례를 한다. 되게 군인답다고 생각했다. (한국군도 그러는진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만추마일 행사를 마치고 나면 금요일은 Off-day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금요일에 배럭에서 만나는 이들이 다 다리를 절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4층에 사는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레일을 붙잡고 정말 힘겨워한다. 

    9월에 하는 만추 마일은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특히 동두천이어서 더 그런지 때로는 부대에 있는 냇가가 얼기도 한다. 그래서 병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었다.

     

    "만추 마일을 마치고 나면 그 얼어있는 냇가에 이 만추 벨트 버클이 수십 개가 꽂혀있을 거야."

     

    첫 만추마일

    나는 2월 마지막 주에 자대로 가서 4월에 일병을 달았고, 바로 만추 마일을 했다. 시기가 어쩜 그렇게 잘 맞았는지 나는 전역때까지 두번의 만추마일을 더해서 총 3번의 만추마일을 했다. 내 옆에 있는 이 미군 군종병은 몸이 좋지 않아 만추마일을 하지 않았다. (함께 있는 동안 아침 PT도 안 했다. 근데 지가 운동하고 싶을 땐 잘하더라.. 때론 이게 현명하단 생각도 들고..?!)

     

    이 사진은 내가 부대 내에서 처음 찍은 사진이고, 처음 했던 행사이기에 정말 생생히 기억난다. 만추 마일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추억은 정말 기분 좋게 남아있다. 그리고 만추의 일원인 것이 나는 여전히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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