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10.

    by. Conpresent

    Parker - Lake Havasu City

    1. 어제 한 라이딩이 거리가 거리다 보니, 오늘 아침은 몸이 정말 무거웠다.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는 거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났다. 사실 오늘 좀 더 멀리 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중간에 쉴만한 도시가 없다. 그리고 쉴만한 도시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래서 어제 길게 라이딩을 한 만큼 오늘은 조금 짧게 가자고 생각했다. 

    2. 하지만 짧은 거리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제 계속 업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거리라도 더 힘겹게 느껴진다. 게다가 숨이 막힐 만큼 무더운 더위는 우리를 더욱 지치게 한다. 빨리 이 더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나날들이다. 더위를 피하는 우리만의 방법은 바로 새벽 일찍 라이딩을 시작하여 최대한 일찍 끝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섯시쯤에는 일어나서 여섯 시에는 라이딩을 시작하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마무리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오후 2시나 3시였다. 그러면 우리는 정말 더운 기온은 피할 수 있었다

    3.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열시쯤 일찍 잠을 잔다고 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몸은 피로했다. 하지만 늦게 출발한다면 더위로 더 고생할 것을 알기 때문에 아직 잠이 덜 깬 몸을 이끌어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으며 몸을 깨웠다. 그것이 거의 일상이 되었다.

    콜로라도 강

    4.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경계를 그리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서 우리는 북쪽으로 이동한다. 약간 위로 이동하면서 더위가 조금은 수그러 드는 것 같다.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우리는 많은 캠핑카들을 볼 수 있었다.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다음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우리는 계속 길을 떠났다. 

    레이크 하바수 시티

    5. 오늘 도착한 레이크 하바수 시티는 이름부터 뭔가 관광도시 같았다. 그리고 구글맵으로 볼 때 나오는 썸네일이 정말 아름다운 도시같아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저기서 좀 관광도 조금 하고 쉬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런던 브릿지를 가져와서 만들어 놓은 브릿지를 보고 싶었다. 

    도시를 잘 나타내는 벽화

    6. 예쁜 도시를 보겠다는 바람하나로 우리는 더위와 업힐을 견뎌내면서 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레이크 하바수 시티에 들어간 순간 많은 숙박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곳이 관광도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의 숙소인 모텔을 잡아 짐을 두고 일단 잠시 푹 쉬었다. 항상 숙소에 들어가서 모든 짐을 풀고 에어컨을 맞으며 더위를 식힐 때가 하루 중 가장 좋았다. 

    7. 이제 슬슬 배가 고파와서 우리는 밖을 나가 보기로 했다. 주변에 음식을 먹을 곳들이 많긴하지만 우리는 거의 주로 햄버거를 찾아 먹었다. 햄버거를 먹으러 직접 나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더위를 또 경험했다. 한편으로는 오늘 빨리 끝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햄버거 집까지 그렇게 거리가 멀지 않은데, 한 5-10분 걸어서 갔는데, 그새 머리와 몸에는 땀이 나고 있었다. 정말 잠깐 걸어가는데 이렇게 땀이 나는 경험은 또 새로웠다. 

    8. 햄버거를 사서 숙소에서 에어컨을 맞으면서 시원하게 먹자고 생각하고 포장을 해서 숙소로 다시 걸어가면서 주변을 돌아보는데, 그때 알아챈 것이 있다. 바로 걸어 다니는 사람은 오직 우리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들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인도를 걸어가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그제야 또 한 번 더 이 도시에서 내가 이방인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9. 처음 온 도시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은 흥미롭다. 누구도 나를 모르고, 나도 이곳을 모르기 때문에 궁금한 곳이 많다.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다. 레이크 하바수 시티는 특히나 런던브릿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숙소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은 뒤 해가 질 때까지 쉬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어서 런던브릿지를 보고 저녁으로 먹을 KFC를 사러 가려했다. 

    레이크 하바수 시티의 런던 브릿지

    10. 런던 브릿지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내가 상상하던 구글 맵 속 런던 브릿지는 없었다. 사진 속은 아마도 무슨 축제를 하고 있을 때였을 것 같다. 너무 기대가 컷던 탓인지, 런던 브릿지는 큰 감동이 있진 않았다. 

    레이크 하바수 시티의 저녁시간

    11. 하지만 저녁때 봤던 노을은 정말 예뻤다. 서부에서 보는 하늘은 한국에서 보던 하늘보다 더 높고 넓어보인다. 아마도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나 해가 질 때는 하늘의 색이 시간이 갈수록 달라진다. 그것이 정말 장관인데, 그러한 것들이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 배로 만드는 것 같다.

    12.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감동은 덜해지지만, 예상치 못한 기쁨은 감동을 배로 만든다. 그리고 기쁨은 특별한 것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