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11.

    by. Conpresent

    Lake Havasu City - Kingman

    1. 오늘은 킹맨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킹맨까지는 약 60km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하지만, 더위는 너무나도 싫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부터 떠나기로 한다. 

    새벽 4시 레이크 하바수 시티

    2. 새벽 4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휴대폰의 날씨 어플을 열어본다. 역시나 오늘도 최고기온은 40도는 기본으로 넘기는구나 하고 생각한 뒤, 최저기온을 보니 28도였다. 휴... 오늘도 더위는 피해 갈 수 없겠구나, 그럼 지금은 해 뜨기도 전인데 몇이려나 하고 바라보니 3... 2도??!! 아니 일출도 전인데 32도라니? 에이 설마, 잘못 나온 걸 꺼야 하고, 방에 있던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 방에서 맞던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후덥지근한 바람이 들이닥친다. 하...  애리조나..

    애리조나의 하늘 만큼은 미워할 수 없다.

    3. 라이딩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점차 동이 터온다.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는 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햇살에 몸과 정신이 깨기 시작함을 느낀다. 그리고 해를 보며 오늘 또 새로운 하루를 기대한다. 아무리 애리조나가 하늘에 구름도 적고, 주변에 나무도 없으며 무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저 아름다운 하늘만큼은 정말 다시 그곳을 찾아가도록 마음먹게 한다. 미워할 수가 없다.

    오늘의 로드뷰

    4. 이미 다 라이딩을 끝내고 나서 다시 사진을 볼 때 가장 예쁘게 느껴지는 곳은 아무래도 서부 애리조나 지역인 듯하다. 바다같이 푸른 하늘이 가져오는 감동은 어떤 지역의 사진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하늘 때문인지 이 사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모두 자전거를 타면서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순간순간을 잘 포착했다.

    신기한 설치물에 관심을 갖고 찾아간 곳은 바로 편의점이었다.

    5. 라이딩을 하다보면 수시로 제일 가까운 편의점이나 주유소가 어디 있나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어디쯤에서 언제쯤 쉴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유소가 5마일 정도 남았고, 다음 주유소가 30마일 정도 뒤라면 지금 체력이 괜찮은 것 같아도 욕심부리지 않고 무조건 5마일 뒤의 주유소에서 한번 쉬어주고 가야 한다. 체력을 맹신하다간 자칫 몸이 퍼져서 앞으로의 라이딩 컨디션도 다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라이딩을 하던 중 신기한 설치물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마트로 들어가서 주인에게 저것이 뭐냐고 물어보니, 자신의 부모님이 지내시는 집이라고 한다. 집!!? 저게 집이라고? 어떤 미술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집이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놀랬다. 내부가 정말 궁금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상상으로만 남겨둬야겠다. 시원한 게토레이 하나를 사 먹고 하나는 가방에 걸로 다시 길을 나선다.

    저기 나온 숫자가 KM이기를 매순간 바랬다.

    6. 오늘 가야할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 환호하며, 남은 힘을 내본다. 25마일이면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간다. 라이딩을 하면서 조금 힘들었던 것은 사용하는 단위가 다르다 보니 KM와 Mile을 잘 환산해서 보지 못하고, 매번 처음 KM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아했다가 이내 Mile임을 깨닫는 것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언덕, 끊임없는 업힐의 연속이다.

    7. 킹맨가는 길은 17년도에 다녀간 3기에게서도 들었던 힘든 구간이다. 누구에게는 가장 힘들었을 구간인 이곳은 정말 끔찍하다. 남은 25마일 정도가 중간의 쉼도 없이 계속 업힐일 줄을 누가 알아겠는가? 짐을 달고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에게 지속되는 업힐은 정말 고문이다. 왜냐하면 중간에 속도를 줄이거나 조금 쉰다면 다시 출발하기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클릿을 착용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페달을 굴리며 속도를 조금씩 내면서 올라가야 하는데, 언덕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이 사진을 찍을 때 까지는 놀랐다. 제법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경사가 있다. 그래도 이 고난의 언덕을 넘고 나면 얼마 안 되어 킹맨에 도착한다. 정말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쥐어짜서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킹맨에서 맞는 석양

    8. 오늘 머물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오늘 저녁은 또 서브웨이다. 하루에 한번은 서브웨이를 먹는다. 하루에 한 번은 서브웨이를 챙겨 먹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라도 채소를 섭취를 해줘야 필요한 비타민들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햄버거, 감자튀김, 탄산음료와 있다 보면 대체 영양소는 어디서 챙겨 먹나란 생각이 든다. 서브웨이는 그런 점에서 신선한 채소를 통해 비타민들을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서브웨이를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가며 숙소에서 티브이를 보며 누워서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노을이 그 기분을 더 좋게 만든다. 

    9. 앞으로 도착할 플래그스태프에서 숙소를 구하려고했는데, 도착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웜샤워를 구하지 못해서 한인 분들께 도움을 요청했다. 신부님께서 아시는 스님이 있으셔서 스님이 우리를 하룻밤 재워주시기로 하셨고, 그렇게 또 도움을 받게 되었다. 정말 급하게 드린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심에 감사하다. 정말 처음 보는 이에게 이러한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받은 만큼 다시 다 베푸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