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13.

    by. Conpresent

    Seligman - Flagstaff

    1. 오늘은 조금 멀리까지 달려 플래그스태프까지 간다. 오늘 가는 거리는 약 130km 정도! LA를 떠난 이후로 맞이하게 된 큰 도시다. 플래그스태프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지명일 수도 있으나, 그랜드캐년에서 가깝다고 하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된다.

    플래그 스태프로 가는 길

    2. 오늘도 여전히 애리조나의 하늘은 푸르다! 심연의 짙은 푸른 빛의 하늘은 마음을 진정시킨다. 지금 되돌아보면 날씨는 이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막 고온을 경험해서 그런지 이 온도는 견딜만했다. 불쾌할 정도로 더위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점차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들을 보면서 조금은 한국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쪽의 기후가 좋았던 것 같다.

    애리조나를 나타내는 사인

    3. 우리가 있는 곳을 나타내주는 사인이다. 우리가 여전히 더위로 가득한 애리조나를 지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곳이다. 이곳이 7335ft 지점이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오늘 정말 무지하게 높이 올라왔다. 계속되는 언덕은 사람을 정말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다짐한다.

    플래그스태프로 진입

    4. 저 멀리 Flagstaff를 안내하는 사인이 보인다. 휴대폰을 잡고  영상을 켜서 이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우리가 지나는 곳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인 플래그스태프로 드디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이보다 더 높은 곳은 없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등산을 할 때 정상을 찍기 위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러한 유형의 사람이다. 뭔가 시작하면 개인적인 정상, 끝을 봐야 한다. 이번 횡단에서 가장 높은 곳, 바로 이 플래그스태프가 그 정상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오늘 남은 거리를 달린다.

    산악지대라 그런지 나무가 참 많다

    5. 영상에서도 그렇고, 사진들에서도 그렇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나무들이 참 많아졌다. 어제와 다른, 지금까지 봐왔던 미국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곳은 한국과 어쩌면 비슷하게 느껴질 만한 공간이다. 나무들이 무성하고, 도로가 잘 포장되어있고, 기온도 사막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플래그스태프 시내의 모습

    6. 신부님이 아시는 스님을 우여곡절 끝에 만났다. 월마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서로가 월마트 주차장에 있다곤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월마트 직원에게 혹시 플래그스태프에 다른 월마트가 있냐고 물어보니 아뿔싸 다른 월마트가 있단다! 스님께 재빨리 다시 연락을 드리고 죄송하다고 하고, 새로운 주소를 알려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분들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대된다. 아직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를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오늘 또한 그랬다. 스님께 하루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연락을 하면서 어떤 분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외면부터 내면까지.

    7. 승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차에서 내린 스님은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셨고, 우리의 짐을 승합차에 싣고 이동하여 플래그스태프 시내를 구경하자고 하셨다. 배도 고플테니 간단하게 뭐라도 좀 먹자고 하셨다. 하지만 저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스님이 좋아하시는 수제 맥주집에서 간단히 맥주 한잔만 하고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 우리는 근처 자전거 방에 들려서 필요한 자전거 튜브를 더 구매했다.

    세도나로 향하는 길

    8. 스님이 지내는 곳은 세도나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그곳이 어딜까? 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당들이 그렇게 기를 받으려고 많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지내느 스님께 기를 좀 받으신 것 같냐고 여쭤보니, 스님도 잘 모르시겠단다. 세도나는 그리 가깝진 않다. 플래그스태프에서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정말 계속 쭈욱 쭉 내려간다. 약 30분가량을 계속 내려갔다. 주변에 정말 엄청난 높이의 나무와 울창한 숲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간혹 나오는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스님의 말로는 이곳에 있는 캠핑장은 6개월 전부터 다 예약이 꽉 찬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고,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세도나로 향하는 길
    세도나로 향하는 길

    9. 분명 시작할때 비슷한 높이였던 바위 언덕들이 점차 더 높아지는 것을 느끼며 내려가다 보면 바위산 같이 돌인지 진흙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이루어진 산들을 마주하게 된다. 정말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세도나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알 것만 같기도 한다.

    10. 이후의 사진이 없어서 아쉽지만, 이후에는 스님의 댁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나 밤이되어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주변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고, 스님도 댁에 아주 작은 호롱불 정도만 켜고 밝은 형광등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11.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스님이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동네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나도 불편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 진입로 쪽에 가로등을 하나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이웃이 찾아와서는 당신이 설치한 가로등 때문에 우리가 별을 볼 수 없으니 가로등 불을 꺼달라고 했단다. 

    12. 두 가지 포인트에서 놀랐었는데, 첫번째는 이웃들의 그러한 태도였다. 자연을 보호하며 그것을 누리려는 그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고, 별을 보는 사람들이라니,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포인트는 그 얘기를 들은 스님의 반응이었다. 스님은 그날로 바로 가로등을 해체했다고 했다. 

    13. 만약 본인이 조금 불편하다면 그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이 현재 세상이 추구하고, 말하는 가치관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결코 공동체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안다면, 나의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세상이 말하는 나를 위한 효율적인 모습은 아닐지 몰라도, 비상식에서 상식적인 모습을 찾아낼 수 있고, 비효율적인 모습에서 효율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이 날 밤, 세도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자연과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