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2. 16.

    by. Conpresent

    시카고 - 포르티지
    시카고 마지막 식사

    시카고에서 떠나는 날, 아침식사를 선생님께서 차려주셨다. 떠나는 날인데, 그래도 아침은 함께 먹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아침부터 일찍 챙겨주셨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아침식사까지 챙겨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지금 일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출근하면서 아침을 저렇게 챙겨주셨다는게..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아침에 다같이 나가야해서 우리도 아침일찍 짐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토니와의 재회

    드디어 토니와 함께 시카고에서 라이딩을 시작한다. 둘이서 하던 라이딩을 이제 셋이서 한다고 생각하니, 어떤 다른 점들이 있을지 기대되었다. 둘이서 하는 것과 셋이서 하는 것은 다를 것이고, 특히 현지인이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또 어떤 색다른 경험들을 낳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길은 그래왔듯이 내가 앞장서서 보기로 했고, 우선은 우리 모두 몸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했다. 시카고에서 쉬었던 시간이 제법 길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라이딩을 하다보니 얼굴과 팔에 닿는 바람은 내 기분을 좋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카고를 떠나는 것은 제법 아쉬웠다. 이 큰 도시를 좀 더 느끼지 못하고 떠나는 것도 있었는데, 이 아쉬움을 다음번에는 채울 수 있기를 바라며 떠나게 되었다.

    시카고 자전거 길

    시카고는 정말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렇게 호수를 따라서 나있는 자전거 길은 정말 속도감을 즐기기에도 너무 좋다. 서울의 따릉이 같은 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잘 되어있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은 90키로로 무리하지 않았다. 조금씩 몸을 끌어올리고자 했기에, 적당한 곳에서 멈췄다. 특이하게도, 집주인이 일을하고 느게 들어온다고, 먼저 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참 여러번 느끼지만 본인의 집을 선뜻 내어주는 이들의 마인드는 몇번을 접해도 어색하다.

    이번에 머문 집에는 마당이 있었는데, 낮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우리는 이곳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라이딩을 해서 그런지, 몸도 나른해져서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침낭을 펴고 나무그늘 밑에서 쉬면 그만큼 좋은게 없었다.

    풀이라서 바닥에 벌레가 조금 있긴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지친 몸은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가자고 근처 마트를 향했다.. 근처에는 월마트 같은 제법 큰 마트가 있었는데, 걸어서 한 10분정도 떨어져 있었다.

    날씨를 보니 저녁에는 비가 올 것 같아서 우리는 미리 마트로 가서 저녁으로 먹을 것과 간식거리를 사오기로 하고, 셋이서 마트로 이동했다. 한창 마트에 있던 중에 밖의 날씨가 갑자기 깜깜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먼저 달려가서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 짐들을 집 안으로 옮겨놓겠다고 했다. 라이딩을 하는 우리에게는 우산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비가와도 무조건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마트를 나온 나는 10분정도를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5분정도 달렸을까, 비가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역시 중부지방에는 날씨가 급변하기 때문에, 아무리 화창했었어도 태풍이 올것같이 날씨가 바뀌는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신발에는 점차 물이차고, 옷은 빗물을 먹어서 점차 무거워지고, 숨을 차올랐다. 달려가면서 휴대폰을 켜서 확인하면서 길을 찾아서 집으로 왔다. 널어놨던 우리의 빨래와, 가방들을 재빨리 집 안으로 옮겼지만, 이미 어느정도 젖어있는 상태였다. 물론 방수가방이어서 안쪽 내용물은 크게 젖지는 않았지만, 침낭이 물을 가득먹어서 제법 무거웠었다. 

    자전거도 안쪽으로 옮겨놓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비바람이 훑고 지나간 후

    비바람이 훑고 지나간 후에는 이렇게 예쁜 석양을 볼 수 있었다. 비에 잔뜩 전은 옷과 침낭을 널어놨지만, 내일까지 마를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젖은 것에서 굽굽한 냄새를 품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특히 내 신발이 통풍이 잘되는 재질이 아니었기에, 젖으면 정말 답이없어서, 한동안 꽤 굽굽한 냄새를 풍겼는데, 신발에서 나는 그 냄새가 가방안에서 계속 났었던 게 생각난다.

    시카고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자려고 누워서 네이버 뉴스를 보다보니 메인에 이런 뉴스기사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의아했다. 나는 주말동안 시카고에 있었는데?? 하지만 나는 전혀 총소리나 사이렌 소리나 이런걸 듣지 못했는걸?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시카고가 작은 도시가 아니라, 정말 큰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시카고에 있던동안 안전하게 잘 지냈다는 것에 감사했다.

    미국에 오면서 한편으로는 크게 걱정했던 것이 총기였는데, 전혀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총기에서 안전하다고 느꼈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서 미국이 총기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길에서도 총기에서는 안전하게 라이딩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