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15.

    by. Conpresent

    Holbrook - Gallup

    1. 오늘은 애리조나를 떠나 뉴멕시코로 들어가게 된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하여 세 번째로 맞이하는 주(state)다. 하지만 거의 100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매일 바나나를 달고 다녔다. 중간중간 밥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간식거리들을 가지고 다니는데, 초코바 같은 것들은 기온이 높아서 다 녹아버려서 오래 가지고 다닐 수 없었다. 바나나가 가장 건강하고, 체력을 채우는데 좋다.

    애리조나의 풍경

    2. 오늘 숙소를 떠날때 모텔 사장님께서 우리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셨다. 오늘 우리는 갤럽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가는 길에 페트리파이드 공원이 있으니 꼭 들려보라고 하셨다. 지도로 봤을 때도 공원이 크게 조성되어 있는 것을 봤는데, 우리가 오늘 가야 하는 거리가 거리인 만큼 중간에 들려서 볼 시간이 도저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냥 지나쳐 가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자전거 여행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것이 매력인데, 일정이 있다 보니 하나씩 놓치는 것들이 아쉽다. 그래도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 또 와보지 않겠나 나를 위로하며 오늘도 계속 핸들을 잡고 앞으로 향한다.

    뉴멕시코 이후 바뀐 전경

    3. 뉴멕시코로 진입하고 나서는 주변에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애리조나에서 보던 가득한 모래와 강한 햇빛, 그리고 적은 구름, 작은 부쉬들(bush). 그러나 이제는 뉴멕시코로 들어가고나니 구름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리고 암석들이 많아지고, 나무들도 많아졌다. 점차 기온도 조금씩은 낮아져 가는 것 같다. 한국의 모습과 비슷해져 간다.

    카우치서핑 호스트 집에 들어가기 전 맥도날드

    4. 오늘은 숙소를 카우치서핑으로 구했다. 호스트가 일을 하기 때문에 여섯 시 이후로 오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호스트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자전거 횡단을 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맥도날드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것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 어딜 가나 맛은 똑같고, 가격은 비슷하고,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에어컨도 잘 나오고, 팁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현지음식을 먹어야지 무슨 맥도날드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라마다 맥도날드 시그니쳐가 다르기 때문에 그 또한 그 나라를 즐기는 하나의 음식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우치서핑 호스트, 니콜

    5. 카우치서핑 호스트인 니콜이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고 나서 우리는 그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아이 세명과 남자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었고, 우리에게 아이 방 중 하나를 흔쾌히 내주었다. 아이들의 방을 뺏은 것 같아 미안했지만, 많은 여행객들을 만나는 아이들에게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는 씻고, 그녀가 꾸며놓은 집의 뒤쪽에서 소파에 앉아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나누고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팸플릿을 유심히 읽어보고 우리의 얘기에 공감해주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지붕 아래 달려있던 꼬마전구 불빛 아래서 함께 얘기를 나누던 그 날, 그 시간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