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17.

    by. Conpresent

    Grants - Albuquerque

    1. 드디어 앨버커키로 들어가는 날이다. 앨버커키는 뉴멕시코에 있는 도시로 그래도 이 근방에서는 한인 분들이 많이 사신다고 알려져 있다. LA를 떠난 이후로 한식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고(세도나에서 먹은 한 끼가 있긴 하다.), 햄버거와 미국식 음식으로만 배를 채워야 했는데, 앨버커키에서 한식으로 배도 채우고, 쉬면서 체력을 채울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기대가 됐다. 

    2.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시는 윤민자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서 우리가 몇시에 출발하는지, 그리고 언제쯤 픽업해주시는 곳에 도착할 것 같은지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도 아침에 호준이와 함께 셀카를 찍어 LA단톡 방에 올리고, 오늘도 하루를 출발한다고 인사를 드린다. 매일 아침 이렇게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는 분들께 사진 하나와 짧은 연락 인사 한 번을 드리는 것만으로는 이분들에게 받은 도움을 다 되돌려드릴 수 없지만, 그런 것을 바라고 하시는 분들이 아님을 알기에 감사함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제 앨버커키를 지나감으로 연락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이렇게 하나 더 늘어난다.

    뉴 멕시코에서의 하늘

    3. 오늘따라 하늘이 더 시원해 보인다. 앨버커키로 들어가는 날이라 그런지 날씨나 도로상태 모든 것이 좋은 것 같다. 며칠간 쉴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라이딩을 하는 것이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약 2주간 라이딩을 계속하면서 몸의 피로가 계속 쌓여가기만 했기에, 이 오랜 라이딩 끝에 쉬는 것이 어떨지 기대된다.

    우리의 라이딩 모습
    거대하게 있는 지층들의 모습

    4. 달리다보니 어느새 내 옆에 높게 뻗어있는 언덕들을 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일정한 높이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 평평한 산맥을 보면 마치 성벽과도 같이 느껴진다. 뉴멕시코를 지날 때 어느 분에게 들었던 얘긴데, 이곳에서는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것을 저 언덕이 막아준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높이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고 했다. 저걸 부르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 단어를 잊어버렸다. 

    루트 66 뉴멕시코 표시

    5. 처음으로 루트 66 표시가 땅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을 통해 우리가 루트66으로 잘 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모든 길을 루트 66을 통해서 가지 않기 때문에 간혹 가다 한 번씩 루트 66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뭔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해주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계속 지도 어플을 통해 수차례 맞는지 확인하면서 가지만, 무언가 나와야 할 때쯤이 됐는데, 나오지 않을 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잘못 가고 있으면 어쩌지라는 불안함과 함께 가고 있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 동시에 겹쳐 느껴지는 이 마음은 하나라도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표시는 내가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인이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 같다. 여태까지 남들이 시키던 것, 이 땅을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해야만 하는 것을 따라서 지내오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해야한다는 성인이 되어있다. 난 아직, 준비가 덜되었는데. 

    그래서 참 20살이 된 대학생, 청년들이 많은 방황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나 조차도 이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며 일단 멈추지 말고 가보자고 생각했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계속 나 자신에 대해 돌아봤다. 물론 해야만 하는 대학생활에 찌들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어서야 나는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내 눈 앞에 확신을 주는 사인이 없기 때문에 난 여전히 불안해하고, 타인에게 미안해하며, 나 자신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 갖고 다시 본래대로 사회가 요구하는, 주변 사람이 요구하는 해야만 하는 것들로 돌아가는 것은 더 비참한 것 같다. 눈을 질끈 감고 과감히 도전해본다. 그러다 보면 루트 66 사인이 다시 한번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마침내 앨버커키

    6. 마침내 앨버커키로 도착했다. 한인분들의 도움을 받아 쉬면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우리를 뜨겁게 맞아주시는 분들이 언제나 어색하기도 하지만, 감사하다. 여행자의 삶은 이러한 감정의 반복인 것 같다. 매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 어색하지만, 금세 이들의 따뜻함에 나는 그들 속에 동화됨을 느낀다. 누구나 갖고 있는 여행에 대한 환상, 꿈이 여행자를 통해 대리로 만족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