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21.

    by. Conpresent

    한인 분 댁의 정원

    1. 첫날 앨버커키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쉴 곳이 가까이 어디있나 구글 맵을 쳐다보지 않아도,
    혹시나 살이 탈까 선크림을 계속 덧바르지 않아도, 
    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점심은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오늘은 어디서 잘까 찾아보지 않아도되는,

    약 2주만에 찾아온 꿀같은 휴식이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항상 머리속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매일 자전거를 타야했기에 라이딩을 할때 업힐이어도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 좋았다. 그 때 만큼은 좀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2주만에 찾아온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은 심지어 내리막길이었다. 페달조차 밟지 않아도 되는 길.

    앨버커키 한인 교회

    2. 미국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교회와 그 공동체는 처음 이 미국땅에 큰 품을 품고 이민온 이민 1세대 분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었다. 내가 느끼기엔 현재도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청년들이 점차 교회를 찾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 새로운 형태가 생겨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한인들에게서 교회가 갖는 의미는 약화될 것이다. 비단 미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똑같이 생겨나는 문제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교회의 구성원이 될 나는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가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함을 생각한다.

    3. 오늘은 수요일, 앨버커키한인교회에서도 수요예배를 드린다. 한인분들께서 함께 가자고 하셔서 가게됐는데 미리 우리가 가는 것을 아시고 예배 후에 함께 나눌 다과를 준비해 놓으셨다. 다양하게 준비된 다과들을 먹으며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앨버커키 한인회장님이 계셔서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 분은 재작년 3기가 할 때 큰 도움을 주셨던 분이다. 그래서 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 것 같이 느껴졌다.

    FLIXBREWHOUSE

    4. 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윤민자 선생님께서 좋은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자고 우리를 끌고 나가셨다. 최근에 새로 생긴 곳인데, 직접 양조한 맥주를 팔며, 영화를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일단 영화관에 엄청 큰 양조장이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궁금했고,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기대하며 여권을 주섬주섬 챙겨서 나왔다.  

    5. 오늘 보는 영화는 바로 '오션스8'! 킬링타임용으로 딱인 영화였다. 스토리도 재밌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자막없이 보려하다보니 디테일한 부분들은 좀 놓친게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영화보다 이 영화관의 인프라에 대해서 굉장히 매력을 느껴서 이것이 신기했다. 각자 테이블마다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있는데, 이것을 누르면 영화를 보던 중에도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 그러면 필요한 것을 요구하거나, 메뉴를 더 주문하면 영화 중간중간에 요구한 것을 가져다준다. 그러한 서비스에 대해 나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한국의 대형 멀티플렉스형 영화관이 사실 더 익숙했었다. 그래서 영화는 'OO극장'보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영화관에서만 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서도 그러한 곳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각 영화관마다 갖는 개성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바람직한 자유로운 시장문화라고 생각한다.

    시킨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봤고,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