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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앨버커키가 산악지대로 경치가 정말 좋기 때문에 산을 오르자고 했다. 목사님 조카가족들과 함께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목사님 댁 뒤편에는 산들이 높게 있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도에서 Sandia peak, Cibola national forest 두 군데가 나오기 때문에 둘 중 한 곳일 것 같다.
2. 모두 다 차에 탑승하고 출발했다. 적당히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낼 것 같았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러 온 곳에서 우리를 다시 돌려 내려 보내려 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어봤더니, 지금 산 위쪽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케이블카 운행이 잠시 정지됐다고 한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려고 대기하는 인원이 다 타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는 것이다. 절망에 잠긴 우리는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안타까워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서 내려가기 전에 여기서라도 사진을 찍자 하여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이렇게 찍어도 정말 예쁜데 좀 더 높은 곳에서 찍었으면 어떠했을지 정말 감이 안 잡히지만, 아쉬움은 크게 남았다.
3.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사모님의 말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기로 했다. 주변에 골프 리조트가 있는데 거기가 사진 찍기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으니 거기로 가보자고 하여 그곳으로 이동했다.
4. 역시 골프 리조트는 예뻤다. 호수와 분수도 있고, 잔디도 잘 깔려있고, 하늘도 참 예뻤다. 주변을 좀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데, 관리자인지 누군가 와서 투숙객이 아니면 이쪽에 들어오시면 안 된다는 말...! 우리는 여기서도 또 쫓겨나게 되었다. 함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다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또 방황하게 되었다. 이때 막내딸이 '멘치스'먹고 싶다고 외치는 것이다. '대체 멘치스가 뭐지?' 뭔지 모르던 우리는 그게 아이스크림 가게 이름이란 걸 곧 알게 되었고, 함께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5.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여기는 배스킨라빈스처럼 아이스크림들이 다양하게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컵을 가지고 가서 직접 받아먹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다 받고 나면 토핑을 고를 수 있는데, 가서 토핑도 내가 원하는 대로 뿌리면 된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져가면 무게를 재고, 토핑 종류를 파악해서 결제를 하는 시스템!
좋은 점이 있다면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빼서 무슨맛인지 먹어볼 수 있는 샘플 컵이 제공된다. 그래서 먹어보고 내가 원하는 것으로 담을 수 있었다.
6.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쉬웠는지 혹시나 또 올라갈 높은 곳이 없는지를 생각하시더니 어디로 가자고 하셨다. 그곳은 그렇게 높진 않은데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고 하셨다.
마침내 오른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정말 환상이었다. 왜 그토록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위에서 마을을 보길 원하셨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정말 이 순간만큼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게 아쉬울 수 없었다. 만약 정말 높게 올라갔다면 저 앞에 보이는 지평선이 정말 제대로 하늘과 땅을 반으로 나누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마침내 보게 된 앨버커키의 모습이라 만족스러웠다.
7. 자전거 집에서 수리가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다시 자전거 방에 들려 자전거를 찾아가기로 했다. 호준이의 자전거에 휘어져 있던 쇠가 다행히도 부러지지 않고 잘 펴졌다고 한다. 일단은 그걸로 달고 달리다가 고장 나면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새것도 추가로 주셨다! 호준이는 다시 자전거를 받아 타고 잘 작동되는지 확인해봤다. 아무래도 매일 짐을 달고 달리던 자전거에 아무런 짐도 없으니 뭔가 허전하여 뒤에 올라타 보라 했다. 그러자 평소에 우리가 지고 달리던 무게가 느껴져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었다. 일단 자전거가 문제없이 잘 고쳐져서 다행이었다. 자전거를 잘 고쳐준 수리점 선생님께도 감사하고, 우리를 자전거 방에 데려다주느라 수고해주신 한인 선생님들께도 감사했다. 이제 다시 라이딩을 시작해야 함이 다가옴을 느꼈다. 참 이 함께하는 기쁨이 곧 끝날 것이라는 아쉬움이 다가왔다.
8. 시내로 우리는 내려와서 브라질리언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위해 향했다. 브라질리언 식당은 처음이라 어떨지 참 궁금했다. 안에서 내부를 찍지 못해서 아쉬운데, 앨버커키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가보길 권한다. 고기뷔페인데, 브라질리언식 고기뷔페는 웨이터들이 고기를 종류별로 가지고 다니면서 테이블마다 먹을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한 조각, 두 조각씩 그 자리에서 접시에 썰어준다. 그리고 나머지 샐러드 종류들은 샐러드 바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 물론 고기 종류는 돼지, 소, 닭은 물론이고, 양, 소시지 도 있었다. 부위별로 다양하게 제공됐으며, 모든 고기를 한 번씩 다 먹어봐야지 하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나중에는 먹어보고 싶은 것만 먹자고 계획을 바꾸게 됐다. 푸짐한 이 식당 강추!
'Tucanos Brazilian Grill' - 110 Central Ave SW, Albuquerque, NM 87102, USA
9.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어 우리는 산타페로 향했다. 앨버커키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산타페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많은 예술작품들이 전시가 되고, 팔리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 산타페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성당,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의 바실리카 성당이다. 1800년대에 지어진 성당으로 정말 이 도시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예술작품이라고 생각된다.
10. 이 당시 산타페는 축제중이었는지 도시 중앙에 있는 공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즐기고 있었으며,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나마 이들 속에 들어가 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수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참 생기가 넘치는 도시 같았다.
11. 산타페는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적은 사진 안에서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이곳은 건물들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또한 건물의 외벽의 색도 비슷하다. 이는 도시의 건물들이 모두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진 것인데, 이것이 이 도시의 특색이다. 그래서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도 어도비 양식에 맞춰서 색도 맞춰서 지어져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그들이 도시의 전통을 지켜가는 방식인 것 같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일관성 있게 도시를 꾸며가는 것 또한 도시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는 이유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 됨 속에서 갖는 개인의 개성.
12. 성당 앞에서 우리들은 사진을 찍으면서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혹시 한국분이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한글을 듣게 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는지 여쭤봤다. 수의학에서 말 관련한 공부를 하는데, 인턴을 이쪽 근방에서 하게 되어 미국인 분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오늘 산타페에 그 주인 분들과 함께 관광을 왔다고 했다. 우리 또한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며 잠시 들린 도시라고 말했고, 우리 프로젝트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미국인 홈스테이 호스트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경청해 주시고, 함께 공감하고 아파해주셨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가 알리는 문제는 사실 본인들에게 가까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잘 공감해주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참 감사하고, 나도 이들과 같이 타인의 문제에 진심을 다해 공감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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