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27.

    by. Conpresent

    Tucumcari - Adrian

    1. 오늘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4일간의 꿀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이젠 다시 또 앞으로 나가야 한다. 매일 아침 생각날 때마다 셀카를 찍어 LA부터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께 우리의 근황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가야 할 길을 미리 한번 점검한다. 어디쯤에서 쉬면 좋을지, 어디쯤에서 식사를 하면 될지, 대강 계획을 세운 후 출발!

    그리웠던 이 길!

    2. 오늘 길은 매우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달리기도 참 좋다. 그리고 대체로 길도 평지인듯 하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그리고 속도도 제법 잘 나왔다. 며칠 쉬었다고 몸도 정말 가벼웠고,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재미있었다. 자연 풍경을 눈에 하나씩 담으며 열심히 달렸다. 

    언제나 좋다가 문제가 생긴다고,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다!

    잘 포장된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우리 타이어는 매우 얇기 때문에 비포장도로를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심지어 뒤에 짐을 가득 싣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길에서는 타이어가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지도상에는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서 다른 길로 가기보다 조금 가다 보면 포장된 길이 나올 거라 굳게 믿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앞으로 가기로 했다. 한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포장도로는 끝 이날 것 같지 않았다. 점차 불안해져 왔다.

    정말 감사한 Mr. Brown

    2. '내 판단이 틀린 걸까. 지금이라도 빨리 되돌아가서 우리가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른 길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나를 덮쳐왔다. 그러던 중 맞은편에서 흙바람을 일으키며 한 트럭이 다가왔다. '우리에게도 트럭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 우리를 지나쳐가던 트럭이 멈춰 섰다. 

     

    "너희 이길로 계속 가려고 하는 거야?"

    "일단 지도로 봤을 때 앞에 있는 4거리 쪽 가면 다시 포장도로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걸어간다"

    "여기 한 10마일 정도는 계속 공사 중이야!"

    "뭐..? 하.. 그럼 걸어가는 건 안 되겠다. 다시 돌아가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

    ".. 혹시 포장도로 나오는 데까지 태워다 줄까?"

    "오..! 우리는 그래 주면 정말 고맙지"

    "자 그럼 트럭에다 너희 짐이랑 자전거 실어!"

     

    차를 타고 가면서 그와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가던 중 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생각나며 우리와 같은 나그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를 돕느라 교회를 좀 늦을 것 같긴 한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원래 새로운 포장도로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기로 했었는데, 주유소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거기까지 데려다주었다. 어쩌면 그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 거리를 다시 돌아갔어야 할 텐데 감사하게도 그가 선뜻 선의를 베푼 덕에 우리는 조금이나마 편하게 어려운 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를 걸어가겠다는 나의 무모함으로 인해 팀이 전체가 힘들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내 능력을 맹신하며 상황을 계속 주도하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오늘 또 나를 믿지 말고 현명하게 생각하기를 다짐한다.

    다시 출발!

     


     

    뉴 멕시코를 떠나 텍사스로!

    3. 이제 뉴 멕시코를 떠나 텍사스 주로 들어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state) 중 하나인 텍사스는 미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뻗어 있기는 하지만, 텍사스는 여러 가지를 통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또한 참 도로정비가 잘 되어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큰 불편함 없이 대부분 평지로 쌩쌩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Timezone을 지났다. 한 시간이 늦춰졌는데, 아무것도 변한게 없지만, 마치 우리의 한 시간을 뺏긴것 같았다. 평소에 도착해야 하는 것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했다. 뭔가 한시간 더 자전거를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텍사스에서 자주보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4. 이곳에서는 이전에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몇 갠지 셀 수도 없이 많은 풍력발전기다. 정말 수백 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는데, 심지어 이거들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을 만큼 바람이 강력하게 불고 있다. 풍력발전기의 방향을 보면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약간 옆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거의 맞바람에 가까운 바람을 견디며 우리는 오늘 라이딩을 한다. 라이딩에서 라이더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바람이다. 바람은 순풍일 때는 정말 좋지만 그 외에 역풍과 옆풍(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라이더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힘을 내도록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이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곳이 그러한 곳인걸,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Midponit of Route 66

    5. 오늘의 숙소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우리가 있는 지점이 바로 루트 66의 중간지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 자신에게 참 뿌듯하다. 지난 15일간 달려온 거리가 총 1139마일이다. 물론 그보다 더 적게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약 1000마일, 약 1600Km를 달려왔다는 것이 나에게 새 힘을 준다. 지금까지 한것 만큼만 계속 꾸준히 해내자는 각오를 하게된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이들, 응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더 힘을 내고, 내 자신을 독려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6. 아드리안에는 머물만한 숙소가 한 군데밖에 없다. 우리는 그곳을 찾아가 오늘 하루를 머물려고 했다. 그리고 그 모텔 주인에게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 모텔주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아냐고 물어봤더니, 작년에 3기가 이 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이다! 3기와 거의 비슷한 루트로 가면서 혹시 같은 숙소에 머무는 날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지난 2주일 동안 그런 일이 없어서, 그럴 일은 없나 보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게 되니 반가웠다! 모텔주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쉬러 숙소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무언가를 사 먹을 곳도 마땅치 않다. 다리를 건너면 주유소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피자, 치킨 윙 등이 우리의 저녁식사였다. 한식을 한창 먹다가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이 또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정말 질렸던 거라도 잠시 다른 것을 즐기다 오면 다시 새롭게 느껴지는 이 심리는 정말 신기하다. 하긴 이러하지 않았더라면 음식이 점차 하나씩 질려 결국엔 세상의 모든 음식이 다 질려버리겠지?

    오늘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