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5. 30.

    by. Conpresent

    Adrian - Amarillo

    1. 오래 쉬어서 그런지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제도 그렇게 긴 거리를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오늘도 여유롭게 갈 수 있었다. 오늘은 애머릴로까지 달린다. 애머릴로는 텍사스에서 그래도 좀 큰 도시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에 주변에 머물 숙소도 많이 보이고, 주변에 먹을 것도 많이 보인다.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차량보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단 것이다. 의외지 않는가? 다들 좀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큰 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내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가야 하는 거리도 거리지만, 무엇보다 자전거를 도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자전거를 묶어두고 어디를 다녀올 수가 없다. 그래서 주유소에서 잠시 쉴 때,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우리 중 한 명은 밖에서 자전거를 지키고 서 있고, 한 명만 들어갔다오 곤했다. 물론 주변을 살펴보고 괜찮겠다 싶은 곳은 둘 다 들어가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시원한 바람도 쫌 쐐면서 몸의 열도 식히곤 했다.

    Mid Point of Route 66

    2. 다시 루트 66의 중간 지점에 섰다. 오늘부터 우리는 남은 루트 66을 달린다! 지금까지 반 했기 때문에 온 만큼만 한다면 시카고까지는 금세 도착할 것이다. 어제는 뒤쪽에 깃발들이 꽂혀있는 것을 못 봤는데, 오늘 보니 텍사스 주 깃발, 미국 성조기, 그리고 루트 66 깃발이 꽂혀 있는 것을 봤다. 미국에서는 깃발이 꽂혀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나가던 집에 종종 성조기가 걸려있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깃발, 그리고 주(state) 깃발, 그리고 어떤 집은 해병대 깃발도 볼 수 있었다. 집이 곧 자신을 나타내는 것의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출발!

    3. 오늘 하루도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에 카톡방에 계신 분들에게 사진으로 인사를 전한다. 우리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심에 감사하며, 오늘도 안전하게 라이딩을 하기를 기원한다. 미국에서는 구름이 적기 때문에 햇빛이 정말 강렬하다. 그렇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라이딩을 시작해서 저녁시간 때까지 라이딩을 하는 우리에게 고글은 정말 필수다. 하지만, 만약 고글의 렌즈가 어두운 색상만 있다면 우리는 아침 일찍, 그리고 비가 올 것 같이 날씨가 흐린 날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라이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올해도 헬멧과 고글은 지난 1기부터 우리를 도와주신 루디프로젝트에서 후원받았다. 헬멧과 고글에 담긴 로고는 작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준비물 중에 하나다. 루디에서 이번에 고글을 후원해 주실 때 변색렌즈를 추천해주셨다. 변색렌즈는 햇빛에 따라 렌즈의 색이 어두워지거나 투명하게 변한다. 그러한 기능은 우리가 날씨에 따라 렌즈를 바꿔 끼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크게 줄여준다. 하나의 렌즈로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라이딩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고글을 꼭 준비하시길 권한다.

    저 멀리 보이는 풍력 발전기들

    4. 오늘도 해는 우리 앞에서 떠오른다. 이는 우리가 점차 동쪽으로 가고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거의 해는 우리 앞에 있었다. 그래도 해를 정면으로 맞을 때가 괜찮다. 우리 머리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후덥지근 한 날씨가 우리를 쨍쨍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는 큰 도로의 샛길로 가지 않고 로컬 길을 거의 우리만 이용하면서 지나갈 수 있었다. 이 길을 이용하는 차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오른쪽에는 고속도로가 크게 지나가고 있고, 우리는 그 옆길을 이용해서 갔다. 생각 외로 포장도 잘되어 있어서 가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다. 

    다만 이 구간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펑크가 났던 것이 생각난다. 정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펑크가 나서 오늘 하루가 조금 불안하게 여겨지긴 했었다.

    '오늘은 과연 몇 번의 펑크를 더 겪으려나'

    우리에게 타이어 펑크는 거의 일상이었다. 하루에 두세 번은 기본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것이 타이어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주로 움푹 파인 곳을 강하게 부딪치거나, 어느 뾰족한 것에 찔릴 때 거의 십중팔구는 펑크가 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펑크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타이어 안에 튜브를 갈기만 하면 되니깐. 그런데 새 튜브에 바람을 넣는 게 정말 많은 힘이 들어갔다. 주로 100-110 psi를 채워 넣고 달렸는데, 90부터는 정말 펌프질 한번한 번에 에너지를 크게 쏟아야 했다. 그래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나면 또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해야했는데, 그렇게 펑크 한번에 30분 정도가 지체됐다. 

    주로 펑크가 나는 이유는 날카로운 것에 찔리거나 찢어지는 경우였다. 찢어지는 경우에는 회생이 불가했지만, 찔린 경우에는 그것만 빼낸다음 숙소에 도착해서 펑크패치를 붙여서 앞바퀴에만 사용하곤 했다. 뒷바퀴는 짐이 실려있기 때문에 분명 금세 터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 명이서 하루에 펑크가 2-3번씩은 날 거라는 가정하에 5-6개의 여분의 튜브를 사서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펑크가 나서 교체할 때마다 그날 도착한 도시에서 새로운 것을 구매해서 보충했다. 부족해서 자전거를 못 끄는 문제가 생기는 것보단 여유 있게 들고 다니는 게 훨씬 더 현명할 것 같았다. 그래서 튜브가 부족한 적 없이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애머릴로 진입

    5. 이제 애머릴로로 진입해 들어간다. 라이딩을 할 때는 시골보다는 도시가 더 조심스럽다. 좁은 길에 차들이 갑자기 많아지며, 자칫 한 번의 실수로 사고가 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골길을 다닐 때는 차가 없으니깐 우리 마음대로 길을 넘나들어도 되지만 도시에서는 신호도 있고, 차도 많기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타면서 온 신경이 곤두서 있게 된다. 무엇보다 안전히 항상 최우선이기에 우리는 오늘도 안전하게 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숙소에 들리기 전 가까운 자전거 샵을 찾아서 새로운 튜브를 몇 개 더 구매했다. 오늘도 하루를 잘 마무리했음에 감사하며,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는 인사를 전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