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6. 13.

    by. Conpresent

    Tulsa - Bartlesville



    1.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가 향하는 곳은 바로 캔자스시티!  북쪽으로 향하는데 이는 사실 동쪽으로 가기만 해도 버거운 우리에게 의외의 루트이다. 캔자스시티를 들리는 이유는 단 하나, 뉴스를 보고 우리에게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다는 분이 연락이 오셨다.

    2. 연합뉴스에서 처음 기사가 나가고나서,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그때 연합뉴스가 뉴스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뉴스들이 연합뉴스의 소스를 받아서 기사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분은 어떤 뉴스를 봤는지 모르지만, 기자분께 우리의 연락처를 받으셨고,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일정대로 잘 달리고 있기 때문에 캔자스시티까지 충분히 계획한 대로 갈 것 같았다.


    3. 오늘 시작은 가벼웠다. 원래 목표했던 곳이 인디펜던스까지인데, 어제저녁을 사주신 이 집사님께서 차로 우리를 조금 태워주셨다. 털사 북쪽이 자전거로 가기엔 길이 조금 험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4. 어느정도 북쪽으로 올라가서 나온 한 주유소에서 우리를 내려주셨고, 우리는 그곳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의 만남이지만 끝까지 우리에게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신 것에 감사했다. 
    중간에 바틀즈빌에 털사한인교회를 다니시는 집사님이 계시니 그분을 만나 점심을 먹으라고 소개해 주셨다.

    집사님과도 계속 연락을 하며 우리는 바틀즈빌로 달렸다. 

     


     

    5. 그러던 중 오늘도 역시나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 한 명을 지나쳤다. 앞서가던 나에게 손으로 인사를 건네던 그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그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을 볼 때 반갑다는 인사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십분 정도 달렸을까, 뒤에서 호준이가 나를 불렀다.

    “형!”

    무슨 일이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까 지나친 그 친구가 호준이와 함께 나란히 오고 있었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가면서 호준이가 그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라이딩을 하면서 얘기를 할 만큼 충분히 라이딩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보여서 좋았다.



    6.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그 친구는 바틀즈빌 근처 마을에서 사는데 자주 이 동네 주변을 라이딩한다고 한다. 오늘도 그렇게 돌던 중 우리를 봤는데, 짐을 보니 여행자 같아서 호기심이 생겨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고 했다.
    그는 의사였다. 또한 동시에 활동가였다. 활동가라 함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모금을 하기 위해 라이딩을 하는 활동이었다. 

    하루에 몇시간씩 라이딩을 꾸준히 하는 그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돈을 조금 못 벌더라도 좀 더 의미 있게 삶을 살고자 하는 그의 모습, 우리나라에서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되는 것에 비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나도 때로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 기준에 맞춰야겠다고 나를 옥죄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게만 있기엔 너무 짧고, 아깝다. 

    그와 같이 나와 남을 돌아보는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 그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사진을 하나 찍고 헤어졌다.

     


     

     

    7. 그와 헤어지고 얼마되지 않아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나..?’ 

    언제나 걱정은 나를 덮치듯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땅이 비로 점차 젖으며 때로는 물이 조금씩 고여 웅덩이가 지는 데가 생기기도 했다.
    자전거 바퀴가 힘차게 돌아가면서 빗물과 흙이 함께 자전거 프레임과 바퀴에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발이 젖으며 발이 무거워 졌다.

    우선 바틀즈빌에 들려서 필요한 여분의 튜브를 구매하기 위해 자전거 방에 들렸고, 그리고 집사님을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계속 비가 내렸다.

     

     

    8. 비를 계속 맞으면서 이동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집사님께 혹시 오늘 우리의 상황이 이런데 하루 머물러도 괜찮을지 여쭤봤다. 집사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우리는 식사 이후 자전거를 몰고 집사님 댁으로 함께 갔다. 집사님 댁에는 미국인 남편분께서 함께 지내시고 계셨고, 집사님이 우리를 소개해주셔서 우리는 남편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던 남편분의 모습이 생각난다.

    오늘 라이딩의 끝자락에 마주친 비 구름은 우리에게 큰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 우리에게 도움을 베푼 집사님 덕분인 것 같다. 남을 위해 자신의 편의를 내려놓는 모습은 나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오늘 라이딩은 다른 날에 비해서 짧은 편이었지만, 몸은 그에 비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몸의 상태를 또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