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6. 24.

    by. Conpresent

    Cherryvale - Fort Scott

     

    1. 이틀을 연달아 짧게 달리고 쉬었더니 그래도 몸이 털사에서 출발할 때와 같이 회복된 것 같다. 털사에서 출발하자마자 비를 좀 맞은 것이 이렇게 이틀 동안 우리를 힘겹게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장기간 라이딩을 할 때 몸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것 또한 능력인 것 같다. 나는 좀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나는 '정신이 몸을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몸이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버티면 내 몸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문제는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근육이 성장하는데는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쉬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는 것에 비례해서 근육이 자란다면 좋겠지만, 우리 몸은 그렇지 않다. 휴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정신이 몸을 이긴다'는 신념 하나로 꾸준히 밀고 나간다. 나의 욕심이다. 장기적으로 바라본다면 욕심을 버리고 더 길게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안개가 미처 다 걷히지 않은 아침

     

    2. 오늘은 그래도 몸이 좀 상쾌하니깐 아침에 일찍 출발했다. 그러다보니 해가 뜨기 전, 미처 다 걷히지 않은 안개를 볼 수 있었다. 안개가 만들어내는 이 신비한 풍경은 라이딩을 하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시원하게 코로 느껴지는 공기와 살에 닿아 흘러내리는 물을 보며 오늘의 라이딩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마치 '워킹데드'에서 나올 것 같은 한 장면 같아 보이는 것은... 뭘까

     

    떠오르는 해

     

    3. 얼마있지않아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며 짙게 뿌려져 있던 안개는 서서히 걷힌다. 산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여전히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지 아무렇게나 찍어도 내 눈에는 다 잘 나온 사진 같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보고 자랐던 자연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이 시간은 내 생각을 더 말랑하게 하고, 시야를 더 넓혀준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은 나를 한 층 더 떠오르게 할 것이다.

     

    편-안 하다.

     

    4. 우리는 좌우대칭인 것을 볼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는 눈이 편안해진다. 완벽한 좌우대칭은 아니지만, 내 눈은 편안하다. 이 사진 외에도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이러한 구도로 찍은 사진들이 참 많았다. 내가 그런 구도가 참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지. 

     

    국도 표지판

     

    5. 라이딩을 하다보면 이런 길 번호가 적인 표지판을 마주하게 된다. 표지판도 주마다 다르게 표시해서, 특색 있다. 내가 많은 사진들을 찍진 않았지만, 캔자스는 기억에 남았나 보다. 사진을 찍어둔 것을 보니. 자세히 보이지 않겠지만, 캔자스는 해안에 숫자가 들어가 있다. 이것이 나는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늘의 도착지 포르스콧

     

    6. 이런저런 생각에 곧 오늘의 도착지에 도착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늘 라이딩은 참 맑은 날씨 가운데 잘 할 수 있었다. 모텔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길게 라이딩을 한 우리에게 휴식을 주고, 내일을 위한 충전을 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어야 하지만, 둘 다 바로 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일단은 씻고 누워서 휴대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내린 폭우

     

    7. 편안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막 들려왔다. 창문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쏴아아 하는 소리도 나는 것 같아 뭐지? 하고 소리의 근원을 찾다가 창문으로 다가갔는데, 막 물이 새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재빨리 수건을 가지고 와서 창문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이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찾아보려고 했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아까의 청명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새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밖으로 나가 영상을 찍었다. 

    우리가 라이딩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날씨가 변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조금만 우리의 라이딩이 늦어졌다면 비를 쫄딱 맞았겠구나라는 생각은 오늘도 라이딩을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게 해주심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사람의 계획과 타이밍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오늘도 우리의 계산에 전혀 들어가 있진 않았지만, 피해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언제 비가왔다 그세 그친 모습

     

    8.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계속 쉬었다. 이젠 정말 배가 고프고 밥을 먹으러 가야할 것 같아 밖으로 나가니 어느새 비는 다 그쳐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땅도 거의 다 말라가고 있었다. 아까 그렇게 내리던 비는 어디로 다 갔는지 하수로에도 물이 거의 다 빠져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구름은 무시무시하게 비를 뿜어낼 것 같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가장 내륙지방이 날씨가 급변한다고 한다. 특히 캔자스, 오클라호마, 미주리가 그러한데 왜 허리케인에 피해가 크게 나는지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날씨가 변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겪은 것은 단순히 비바람이었지만 말이다. 오늘 또다시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아마도 앞으로 며칠 동안 또 고생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러지 않았기에 우리는 내일 또 라이딩을 한다. 어떠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기에, 무계획을 계획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