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0. 7.

    by. Conpresent

    내 글을 여러 개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나는 신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캄보디아로 파견을 오면서도 계속 교회를 나가려고 생각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캄보디아에는 많은 한인교회가 있었다. (아마도 프놈펜이어서 더 그런 듯하다.) 나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두 군데의 한인교회를 방문하였고, 둘 중에 설교 스타일이 좀 더 나와 맞고, 청년부가 활발한 교회를 가기로 결심했다. 

    청년부와 함께하다보니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파견지에서 홀로 있었더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일들을 오랜 기간 캄보디아에서 지내온 교회분들과 함께 하면서 마치 캄보디아에서 내가 오랜 기간 머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프놈펜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프놈펜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전부 모이는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분이 한인교회를 출석하고 계셨기에, 우리는 그곳에 방문해서 현장을 보고 그 땅을 위해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자고 했다.

    정확한 위치를 말할 순 없지만, 프놈펜에서 한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이곳은 길이 좋지 않아서 차량이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우기라서 최근 비가 많이 내린 영향도 있었는지, 아니나 다를까 들어가는 길목에 트럭이 한대 바퀴가 땅에 박힌 채로 길을 막고 서있었다. 우리는 그 안으로 이동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십 분 정도를 걸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캄보디아의 흔한 시골 풍경(좌) / 저멀리 보이는 쓰레기 더미(우)

    정말 차로 얼마가지 않아도 캄보디아는 프놈펜의 그 화려함은 그새 사라지고 푸릇푸릇한 농촌의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풀과 강의 새파람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저 멀리 비닐봉지에 쌓인 쓰레기 더미들이 하나둘씩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을로 점차 더 걸어 들어갈수록 길가에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고약한 악취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사는 사람들 (좌) / 차가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도로상황 (우)

    들어오는 길목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주민분들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놓인 저 큰 쓰레기 포대들은 다 어디서 가져왔을까. 그리고 저걸로 무엇을 할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우선 선두 그룹을 따라 계속 앞으로 이동했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음

    그리고 점차 더 많은 집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집마다 쓰레기 포대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지붕또한 천들을 다 하나둘 끌어모아 만든 것 같아 보였다. 이곳에서의 스토리가 참 궁금해졌다.


     

    쓰레기 마을 안에 있는 교회

    이곳에는 교회와 학교가 함께 있었다. 이 동네 아이들을 위한 곳으로 주일마다 이곳에서는 매주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고 했다. 교회를 섬기시는 분들은 오전에는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이곳으로 와서 이곳에서 예배를 섬기고 계셨다. 몇몇 청년들이 오전 예배에는 있는데 청년부 예배를 드리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드려지는 찬양, 꽤 친숙한 곡이다.

     

    설교하시는 목사님

    이곳에서 섬기시는 목사님은 한국분이시다. 이곳에서 캄보디아어로 말씀을 전하신다.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목사님의 섬김으로 인해 이 땅에도 복음이 전해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곳을 일궈낸 그 사역이 정말 대단하다고 또한번 느꼈다.

    바이올린 특송

    오늘 예배에서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바로 바이올린 특송이었다. 독일에서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자매는 손목이 좋지 않아 부모님이 계시는 캄보디아로 요양차 한달간 방문 중이었다. 이곳에서 있으면서 물리치료와 침 치료를 받으면서 손목이 계속 나아지고 있었는데, 본인의 손목이 좋지 않아도 이곳에서 특송을 하겠다는 그 모습이 너무 멋졌다. 무엇보다 보인이 사용하는 악기가 정말 고가이고, 습도와 온도에 정말 예민한데 이곳에 가지고 와서 특송을 하겠다고 나아가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서 울린 찬양은 정말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예배당의 모습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이 예배당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 이 예배당. 에어컨 하나 없이 천정에 있는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이곳의 더위를 식히기에는 충분했으며, 많은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이 예배당은 그 어느 곳보다 귀 해 보였다. 이곳에서의 예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동

    예배를 마친 후 우리는 장화를 하나씩 받았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장화를 무조건 신어야한다고 했다. 어떠한 날카로운 것에 발을 다칠지 모르고, 그리고 어떠한 오염물질에 몸이 오염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최근 비도 계속 내려서 매립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점차 더 많아지는 쓰레기들
    한 화면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쓰레기들

    오분 정도 걸었을까, 점차 더 많아지는 쓰레기들과 점점 더 심해지는 악취. 그리고 약간의 경사를 지나 둔턱을 밟아 서자,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들이 눈 앞을 압도하고 있었다. 정말 말이 안 나왔다. 이곳을 예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청년도 있었고, 나와 같이 이곳이 처음 방문인 청년들도 있었다. 모두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루에도 몇백 톤씩 프놈펜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들은 전부다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수십대의 화물차에 쓰레기가 가득실려서 이곳으로 들어오고, 아이들은 이곳에서 쓰레기 중에서 괜찮은 것들을 찾는다고 했다. 사실, NGO들이나 후원단체들의 영상에서만 보던 것을 이렇게 눈으로 마주하게 되니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 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쓰레기 매립장 둔턱 바로 아래서 생활하는 사람들

     


     

    이들의 삶의 거처

    그러나 곧이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자격으로 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있는가? 이들은 우리가 조금 다른 삶아가고 있을 뿐이지, 이들에게는 이곳이 그들의 삶의 거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부러 그들의 삶을 평가하고 감히 불쌍히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러한 표정을 짓고 이들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이들은 분노할 것이기에, 

    영화 '기생충'을 본적이 있다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그들의 삶을 비교해서는 안되기에 나는 내 마음과 달리 표정을 바로 잡았다.

    매립장에서 괜찮은 쓰레기를 주워담아 오는 사람들

    국제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외된 사각지대에 거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지만, 이것은 정말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대단하신 분들이 많다.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고, 나 또한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고 살아가면서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함을 깨달았다.

     


     

    방문 이후, 매립장의 3년 전 사진을 나중에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지 않았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매립장은 이렇게 생겼었다. 새로 생겼을 때였다고 한다.

    3년전 매립장의 모습

    3년 사이에 매일 수백, 수천톤의 쓰레기들을 받으며 이곳은 점차 쓰레기로 쌓여갔고, 처음에 지대보다 더 깊이 파여있던 구덩이는 쓰레기로 계속 차올라 이제는 더 높아져있다. 정말 우리가 많은 쓰레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쓰레기들을 줄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사용을 줄이는 것을 일상 속에서 실천해야 함을 깨닫는다.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일회용품의 사용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재활용이 활발하지도 않다. 그렇다보니 모든 쓰레기들이 한데 다 버려지곤 한다. 이 무수한 쓰레기들은 프놈펜의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리고 뒤로 묻혀두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어두운 이면이다. 그래도 이제 개발협력에서도 환경친화적인 개발협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개발을 명목으로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