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2. 19.

    by. Conpresent

    종종 생각해보면, 나의 경험이라는 틀 밖을 생각하지 못할때가 많다. 아니, 어쩌면 그 틀 밖에 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갖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갈 때,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지고, 배우게 된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여러 곳에서 전화를 사용하게 되는데,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전화번호와 통신시스템이 바로 우리가 틀안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캄보디아에 와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통신시스템이다. 카드를 사서 Top-up을 해서 Balance를 추가하여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캄보디아는 통신비가 매우 저렴하다. 1불이면 1주동안 전화와 데이터를 무제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전화와 데이터를 합쳐서 계산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데이터를 정확하게 몇기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와이파이, 집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데이터를 정말 자유롭게 사용해도 추가되지 않았으니, 나름 무제한처럼 즐기면서 사용했다. 데이터 속도도 좋았다. 정말 캄보디아는 (프놈펜은) 많이 발전된 곳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타 통신사로 전화나 문자를 보낼때 추가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는 Cellcard/Smart/Vodafone 이렇게 3개의 통신사를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SK/KT/LG와 같이 3개의 큰 통신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렇듯 이곳도 사람들이 어려 통신사를 사용한다. 그런데, 분명 Cellcard 사용자가 Smart 사용자에게 전화나 문자를 할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추가금액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만약 자주 그렇게 통화를 한다면 통신비가 훨씬 더 많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현지 사람들은 두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1. 휴대폰을 두개,세개씩 가지고 다닌다. 각기 다른 통신사로 말이다. 이것이 훨씬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보면 이 사람의 통신사가 어딘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만약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대방의 통신사에 따라 다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2. 인터넷 기반 메신저나 통화를 주로 사용한다. 통화나 문자보다는 whatsapp과 facebook을 더 많이 애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어플을 통해 목소리를 녹음해서 주고받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봤다. 메시지를 녹음해서 보내는 방식은 한국에서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없는 반면, 외국에서는 너무나도 자주 보인다. 어쨋든, 누구에게든 편한 방법이 있는거니깐!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6-7만원씩 매달 내던 것을 생각하면, 여기서는 한달에 5천원이면 펑펑쓰니깐 이곳의 통신비가 얼마나 저렴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다보니, 툭툭 기사나, 어린아이들 조차 모두 휴대폰 하나씩을 다 가지고다니고 있고,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툭툭 안에 있는 드라이버와 길가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을 휴대폰 속에 가두어 현재를 탈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하고 그 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건 아닐까? 저렴한 통신비는 시장을 활발하게 하지만, 그 이면에는 SNS나 인터넷에 중독된 이들이 더 늘어나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사용하던 Cellcard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너무 어려웠다.

     


     

    길가에 파는 정체불명의 노란색 액체

     

    길을 가다보면 길가에 페트병에 노란색 액체를 담아 파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것이 대체 뭘까라고 계속 혼자 고민을 엄청 많이 하곤했다. '길가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 혹은 음료를 파는 사람 등을 많이 봤기에, 저 병에 담긴것은 어떠한 음료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한번도 사는 것을 본적이 없다. 만약에 먹는 것이라면 누군가 한번쯤은 봤을텐데, 왜 한번도 못봤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액체의 탁도가 주스같지 않고, 희여멀건했다. 그래서 아마도 저것이 요리할때 쓰는 기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다가 하루는 현지직원과 함께 지나갈 일이 생겼는데, 그에게 물어보니, 오토바이에 넣는 기름을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것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머리 속에서 모든 상황과 장면들이 포장처럼 맞아떨어져가는 것 같았다.

    왜, 옛날에 우리나라도 가짜 기름을 한창 넣고 다니지 않았는가, 그와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물론, 오토바이에는 좋지 않을 것이다. 현지직원에게 저 가짜기름을 사서 사용하는지를 몰어봤다. 그의 경우, 그는 급하게 정말 급하게 기름을 넣어야 할때가 생기면 그때 한번씩 어쩔수 없이 넣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엔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온몰과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에스컬레이트가 있다. 에스컬레이트 주변에 보면, 이 에스컬레이트가 처음인 것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냥 딱 봐도 그 앞에서 하는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그러하다. 아마도 프놈펜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오신 분들은 처음 봤을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어렸을때 그러했듯,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조차 에스컬레이트에 한발 내딛기를 두려워하며, 한발씩 내딛는 모습을 보게된다. 아! 나도 에스컬레이트를 처음 탔을때 저랬었는데, 그 생각이 났다.

    캄보디아에서 10여년을 지내신 선교사님, NGO 활동가 분들을 만나면 캄보디아가 최근 몇년간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다들 말씀하시곤 했다. 특히 2014년부터 최근 5년간이 정말 그러했다고 하시면서, 몇몇분들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것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곤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보다 더 빠르고 많이 발전했으니, 한국도 돌아가기가 두렵고, 그렇다고 이곳에 남아있자니, 선교지에서 본인이 너무 오래있어서 이곳에도 변화가 없는건 아닌가 생각이 드시며, 새로운 젊은 바람이 계속 불어왔으면 하는 두 마음이 드신다곤 했다.

    해외 인턴을 하며 누리는 하나의 감사함은 선교사님들을 직접 만나봬면서 그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때로는 현장을 가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교사님들이 겪으시는 어려움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이 장기간 사역지에 있으면서 드시는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참으로 의미있다.